[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지난 22일 농심은 <신라면 인증패 증정 캠페인>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자료의 골자는 제목 그대로 농심이 신라면 30주년을 맞아 전국에 신라면을 사용하는 식당을 찾아 ‘신라면 인증패’를 증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농심은 지난 20일 서울 유명 라면 맛집 신계치(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를 찾아 신라면 인증패를 증정했다.

◆“신라면 사용은 맛과 품질 지키겠다는 의지”..객관적 근거는

사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 씩 쏟아지는 보도자료는 마땅히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들이지만, 기업 보도자료 대부분은 자사 홍보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기업들이 때로는 홍보의 도가 지나쳐 그야말로 ‘아니한 만 못한’ 보도자료 효과로 역풍을 맞는 웃지못할 상황도 종종 일어난다.

농심의 이날 보도자료는 자사 제품 써주는 식당을 직접 찾아다니며 고마움을 표시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실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이 자료의 내용을 뜯어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구들이 눈에 거슬린다.

이날 농심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국민라면인 신라면을 사용하는 식당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알게 함으로써 분식점과 소규모 음식점 매출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오는 10월31일까지 신라면을 애용하고 있는 전국의 식당과 고속도로 휴게소를 방문해 ‘신라면 인증패’를 증정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식당에서 신라면을 사용한다는 것은 라면의 맛과 품질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신라면 인증패가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는 긍정적인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농심 신라면은 그동안 대한민국 라면 시장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주인공이다. 신라면의 인기는 최근 해외 시장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매출(3억1478억 달러/약 34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라면의 우월한 인기, 즉 판매량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판매량이 높다고 해서 제품의 질까지 높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분식·음식점 전체 매출과 신라면 사용 연관성 진짜 있나?

그러나 농심의 이날 보도자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첫째, “국민라면 신라면을 사용하는 식당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알게 함으로써 분식점과 소규모 음식점 매출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기획이다”

소규모 분식점과 음식점에서 신라면을 사용하는 것과 이에 따른 매출과의 연관성 그 근거를 과연 농심은 어디서 찾은 것일까.

예를 들어 라면 먹으러 온 손님이 주문시 식당 주인에게 “저는 신라면만 먹어요. 혹시 이 가게에서 다른 라면을 쓰신다면..안 먹습니다”라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는 뜻일까?

이와 관련, 기자는 서대문에 위치한 한 분식점을 찾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묻자 돌아오는 식당 주인의 답변은 “30년 분식점 장사를 하는 동안 그런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였다.

둘째, “식당에서 신라면을 사용한다는 것은 라면의 맛과 품질을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동종업계 타 기업 라면을 사용하는 곳은 이미 라면의 맛과 품질을 포기한 식당이란 의미인가? 신라면이 맛있고 품질이 좋다는 그 객관적 기준을 과연 어디에 두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농심의 이 같은 표현에 라면업계 A사 관계자는 “라면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가 어디있느냐, 관련 부서에 알아봐야겠다”면서도 “그것은 소비자들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사 관계자 역시 “라면 품질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있다는 내용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보도자료가)원래 (자기 회사)홍보용으로 나가는 것이니 이해는 하지만 홍보에 있어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우리회사) 라면도 음식점 유통 판매 실적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 회사 라면을 쓰는 식당도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셋째, “신라면 인증패가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는 긍정적인 신호가 되길 기대한다”

해외 성적이 맑은 신라면은 그러나 올해 국내 시장 성적은 다소 흐렸다.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에 밀린 까닭이다. 농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3.5% 줄었다. 농심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신라면 등의 판매 부진이 꼽혔다.

더욱이 농심이 4년 전 프리미엄 라면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내놓았던 ‘신라면 블랙’은 가격과 품질 논란 등으로 결국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은 것을 소비자들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제기된 ‘신라면의 수출용과 내수용 퀄리티 논란’은 아직까지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즉, ‘신라면 인증패’가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지 아니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나친 홍보로 타사 제품 이미지 타격에 소비자 혼란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라면사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라면 시장에서의 업체간 신상품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마케팅 열기 또한 뜨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사 홍보에 눈이 멀어 본의 아니게 타사 제품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소비자 판단에 혼란을 야기해선 안 될 일이다.

지나친 자화자찬(自畫自讚)은 비웃음 당하기 딱 좋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