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거부권’ vs 새누리당은 의회 일정 전면 거부 vs 야당은 단독 국정감사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국은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의회 독재라면서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또 정의화 국회의장을 형사고발키로 했다.

야당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를 야당 단독으로라도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야말로 혼란의 정국이다.

26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에 앞서 김재수 장관에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며 차관에 대신 질의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김재수 해임건의안은 야당의 박근혜정권 흔들기?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해임건의안 정국을 야당의 ‘박근혜정권 흔들기’로 판단하고 있다. 정치적 공세이기 때문에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해임건의안 정국에서 여소야대의 현실을 경험했다. 이대로 정국의 주도권을 야당에게 준다면 앞으로 국정감사 혹은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은 국회 의사 일정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이 의회 독재라고 규정을 한다면 새누리당은 상당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국회 의사 일정을 보이콧했다는 여론이 형성된다면 새누리당은 상당히 곤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따라서 새누리당으로서는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출구전략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명분을 찾으면 국회로 돌아올 것이란 시선이다.

야당의 상황도 복잡하다. 새누리당이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한 것에 대해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강경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자 야당도 이에 맞서 강경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감사 첫날인 26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와 관련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감사중지가 된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장에 불이 꺼져 있다. 결국 장병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석의 기다려 보자며 감사중지를 선언했다.<사진=뉴시스>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오락가락 행보..여야 비난 한몸에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색된 정국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기회에 야당의 형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게 되면 결국 그 주도권은 더불어민주당이 갖게 된다. 이는 향후 대선 정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단독 국정감사를 통해 야권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전략인 것.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 정국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도다. 이는 곧 제3 지대론을 확실하게 제압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의당 역시 야당 단독 국정감사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국민의당의 오락가락 행보다. 국민의당은 주요 현안을 두고 연일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는 ‘줏대 없는’ 야당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

국민의당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채택을 추진키로 약속했으나 21일 의원총회 후 돌연 입장을 바꿔 야권 공조를 깼다.

이 같은 행보에 국민의당은 여야 모두로부터 비난을 들어야 했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사망한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한 여당을 비판했다.<사진=뉴시스>

◆복잡한 상황 속 존재감 드러내야 하는데..선택은 중재?

현재 국민의당은 계산이 매우 복잡한 듯 보인다. 만약 야당 단독 국정감사 정국이 장기화된다면 더불어민주당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당으로서는 야당 단독 국정감사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경색된 정국을 중재하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단독 국정감사가 이뤄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것이 장기화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생각 속에 정국은 경색됐지만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