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아닌 ‘정치교체’ 강조하며 사실상 대권 선언..與野, ‘환영 vs 견제’ 반응 제각각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 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 12일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10년 만에 귀국한 반 전 총장의 인천공항에서의 환영사는 그야말로 대선 출마 출정식이나 나름 없었다. 국민들에게 내뱉은 메시지 역시 대선 주자급 메시지였다.

반 전 총장은 ‘정치교체’를 강조했다. 정권교체에 새롭게 던진 화두가 바로 ‘정치교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정권교체’를 내걸었는데 이에 반발하는 의미로 ‘정치교체’를 언급한 것이다.

인은 기존 정치권을 싹 갈아엎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분간 반 전 총장은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보인다는 해석이다.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면서도 견제하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을 탐색하는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교체’를 언급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반기문 10년 만에 귀국..‘정치교체’로 사실상 대권 선언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오후 5시30분 아시아나 항공편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은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총체적 난국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권력의지가 남을 헐뜯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 그런 것이 권력의지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며 “분명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대권 주자는 ‘정권교체’를 내세워서 지금껏 지지를 받았다.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정도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을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갈망이 상당히 많다. 때문에 야권 대선 주자들은 ‘정권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으로서는 정권교체를 화두로 내세울 수 없다. 정권교체를 내세울 경우 새누리당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잡았던 그동안의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반 전 총장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 색깔 지우기만 하면 되는데 정권교체를 이야기할 경우 박 대통령 색깔 지우기는 물론 그동안의 보수정권 색깔 지우기가 된다.

때문에 ‘정치권력’을 내세웠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고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무소속 대선 주자들이 내세웠던 논리와 비슷하다.

무소속 대선 주자들은 여당은 물론 야당을 함께 비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왔고,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소속 대선 주자들이 대권을 잡은 사례는 없다. 그 이유는 자신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권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정치무관심층에게 관심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세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고 대선 본선 과정에서 낙마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 전 총장 역시 ‘정치교체’를 이야기했다. 이는 정치무관심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과 협력하지 않으면 반 전 총장은 다른 유사 무소속 대선 후보들과 비슷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반 전 총장의 둥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 전 총장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기성 정치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여타 무소속 대선 후보들과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야권 유력주자인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 관측에 긴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민많은 野, 견제 vs 환영..흔들리는 대선판도

야권 유력주자인 반 전 총장의 귀국에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로 인해 당분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특히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을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면서 1위를 차지했던 문 전 대표이지만,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인해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지거나 역전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문 전 대표로서는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숙제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반 전 총장이 귀국을 한 후 기성 정치권과 일단 거리두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결국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자강론’과 ‘연대론’ 사이에서 깊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자강론은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고, 연대론은 외부 세력과 손을 잡거나 외부에서 대선 주자를 영입하자는 것이다.

이번 반 전 총장의 귀국으로 인해 ‘연대론’에 상당히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안 전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고민도 깊다. 유 의원이 설 연휴 직전에 대선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하게 된다면 바른정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정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 의원으로서는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자신의 존재감은 낮아지거나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 의원으로서는 반 전 총장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그만큼 신경전이 상당하다.

새누리당은 대선 주자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되지 않기 위해 반 전 총장의 영입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새누리, ‘불임정당’ 꼬리표 떼기 안간힘

새누리당 역시 반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바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하자마자 정치교체를 거론한 데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내놨다.

정용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 희망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정치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이) 바른 정치지도자로서의 권력 의지에 대한 언급도 했다“며 “앞으로 정치지도자로서의 반기문의 활동을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반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새누리당이 대선 주자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반 전 총장의 영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증의 칼날을 더욱 거세게 작동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로 인한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에 그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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