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특정 정당 ‘입당’ 의사 밝혀..새누리·국민의당, ‘환영’에서 ‘고심’으로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가 지나고 난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로 했다.

반 전 총장은 “당이 없어 손바닥으로 땅을 긁고 있다”면서 설 연휴가 지나고 난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전 총장은 오는 25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마도 설 연휴 동안 각종 민심을 청취한 후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로 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은 당내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우리는 반기문 없으면 큰일 난다 그런 거 아니다. 썩어도 준치라고 우리는 그렇게 안 한다”면서 “우리 당을 잘 갖춰놓으면 자기가 러브콜을 하겠지”라고 말했다. 이는 반 전 총장 영입보다 당 혁신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與 “반기문에 러브콜 보낼 생각 없어”..인적청산 우선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면서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인 위원장 중심으로 당권이 집중된 상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박이 당 주류를 차지하면서 당권을 휘둘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급속도로 와해가 됐고, 인 위원장이 영입되면서 당권 및 현역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인 위원장이 쥐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비록 대선주자지만 당권이 급속도로 반기문 전 총장에게 쏠리게 된다. 겨우 당권을 장악한 인 위원장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는 것이고, 새누리당 개혁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때문에 인 위원장으로서는 반 전 총장의 영입에 대해 당분간은 달가워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들어오더라도 당내 혁신이 끝난 이후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 위원장은 “반기문 전 총장에 침흘리고 러브콜 보낼 생각이 없다”면서도 “당을 잘 갖춰놓으면 반 전 총장이 알아서 러브콜을 할 것”이라며 문은 열어 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18일 이한구·현기환·이병석·박희태 전 의원을 제명시키면서 본격적인 인적청산을 시작했다.

류여해 중앙윤리위원은 이날 제명된 4인에 대해 “이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과정의 책임과 총선에 참패해 민심을 이탈시킨 책임이 있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엘시티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돼 당 위신을 크게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포스코와 관련해 제3자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 역시 지난 2014년 9월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후 현재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현아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다만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징계는 유보했다. 심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위원회의 판단으로 오는 20일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하도록 하는 조치를 의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당과 연대론도 ‘안갯속’

국민의당은 제3지대론의 ‘키맨’으로 통하는 반 전 총장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당초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과 연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정치권 안팎에서도 국민의당과 반 전 총장의 연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귀국 뒤 직무정지 상태인 박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캠프 인사들 가운데 다수를 MB(이명박) 정부 출신으로 채우면서 국민의당은 연일 비판 공세를 퍼붓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과 반 전 총장과 연대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박 대표는 18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과 관련, “거의 문을 닫았다고 해석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영입에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그분이 아직도 명확한 국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등 소위 그랜드플랜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지금 현재까지의 여러 가지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당과는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고 단언했다.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호남 민심이라는 것이 있다. 만약 반 전 총장과 세력 통합을 한다면 아무래도 호남 민심이 이를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자칫하면 국민의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은 안보 면에서 맞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반 전 총장은 아직 경제정책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경제정책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받아들였다가는 오히려 국민의당이 상당히 큰 낭패를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서는 반기문 전 총장의 입당 소식에 일단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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