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투표’ 관철 나선 청소년운동의 ‘교장선생님’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우리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과 교육 환경, 그리고 그들의 입장과 고민, 진로를 함께 이야기 나눌 어른들이다.” 지난 1월 24일 명동 로얄호텔에서 (사)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황인국 이사장이 취임사로 밝힌 말이다. 1989년 나라사랑청년회 회장으로 청년운동을 시작해 지난 2000년 (사)한국청소년재단 설립부터 상임이사로 활동한 그는 현재 (사)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하 생활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사)한국영상해설협회 이사장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경제적 이유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학업중단청소년들을 위해 도시형대안학교를 최초로 설립하면서 청소년운동을 시작한 그는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교장 선생님”으로 불리 운다. 유달리 한파가 매섭던 지난 2월 2일 아침 국회정문 앞에서 “18세 투표!”라는 굵은 글씨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

지난 2월 2일 오전 8시 국회의사당 정문 릴레이 1인 피켓 시위 참여중인 한국청소년재단 황인국 이사장.

 
- 지천명의 나이도 한참 지나셨는데, 이 매서운 한파 속에 무슨 일인가?

 19대 국회에서부터 18세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 하자는 운동을 해오고 있다. 19대, 20대 국회에서 연이어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지원하고, 전국적 서명운동과 청소년계를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과 “18세 선거권 국민연대”를 만들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에도 전국에서 1,200여명의 청소년과 청소년지도자들이 국회의원회관에 모인 가운데 국민대회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부 정당이 요지부동이다. 이번 2월 국회에서 꼭 통과 되서, 국민이 만든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청소년들도, 그들이 꿈꾸고 원하는 정부의 탄생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이 자리에 나왔다.

- 18세 선거권이 이번 대선의 주요이슈로 떠올랐다.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1995년 “참여와 자치를 위한 청년캠프”에서 진행한 20세에서 19세로 선거연령을 인하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참정권확대 운동을 시작한 기억이 있다. 

너무 오래된 기억 인가?(웃음)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최훈민 희망의우리학교 대표 등 청소년활동가 분들과 함께 “1618 투표권 확보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국회 안에서 18세 선거권을 위한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 국회 입법 발의 지원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꽤 오래 된 활동 인 것 같다.

- 청소년사업 전문가로서 단순히 투표권의 확대라는 측면 외에 18세 선거권이 갖고 있는 의미가 있을까?
 
 18세 선거권 문제는 외형적 본질은 정당의 이해득실 문제다. 즉, 표계산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 내용적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이유는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즉 청소년의 생활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대다수 교육현장과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입시중심의 교육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청소년은 행복해 질수 없다. 행복하지 않으니 동기부여가 안 되고,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결여 되어 있으니, 그 어떤 것에도 열정어린 도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오래된 반문 이지만, 성적과 입시 중심의 초중고 교육, 취업을 위한 대학교육체제로 언제 까지 이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발전을 할 수 있을 것 인가? 창의적 인재교육, 국민 누구나 행복한 복지의 실현, 민주적 성숙도에 기반 한 열린사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무망한 듯한 이 모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전의 시작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사회든 발전적인 대안과 모델을 꿈꾸거나 이야기하려면 그 시작은 교육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은 청소년을 이 사회의 주권자로 인정하고, 주권자의 신분에 맞는 새로운 지원체계를 준비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18세 투표권이 그 시작점이다. 

전체 청소년 중 극히 일부의 투표권이지만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순간 스스로 민주주의의 체험과 참여를 통한 주권자 의식이 열리게 되고, 이들은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게 될 것 이다. 

학교가 변하고 교육이 바뀌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회혁신이기에 그 시작점인 18세 투표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조금 부연하자면 얼마 전 한국청소년재단이 비영리공공여론조사네트워크인 공공의창과 청소년 대상 인식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응답자의 92.2%가 정치권이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18세가 투표권을 갖게 되면 달라지게 된다. 당장 작년 18세에게 투표권을 준 일본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치권과 관료사회가 청소년을 국민=주권자로 인식하게 되자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청소년의 행복을 위해, 새로운 21세기 한국사회의 전환점을 위해서 18세 선거권은 실현되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다.

황인국 이사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즉 18세 선거권 운동을 이어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안철수 의원실 'VOTE18 현판 부착식'장면(사진 왼쪽)과 지난 1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늬 프리미어라운지 합정 '18세 선거권 이야기' 장면(사진 오른쪽).

- 청소년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1997년 IMF 경제위기 속에서 정말 많은 청소년들의 절망을 봤다. 가난의 대물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가난으로 점철 되었던 나의 청소년시절이 투영되고 그로 인한 고통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는 국회비서관의 신분으로 2030세대의 고민과 진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청년의전화’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새롭게 관심 가는 곳으로 사업이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청소년의 절망이 시작되는 학업중단 청소년문제에 집중되었다. 

조사해 보니 대안학교는 기숙형 으로 실제로 학업중단 되는 아이들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업료를 내야만 했다. 아이들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는 곳에 대안학교를 세우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최초의 도시형 대안학교인 ‘도시속작은학교’를 서울 구로, 용산, 광진구에 동시에 설립하고 부산에도 “부산 도시속작은학교”가 만들어 지도록 지원했다. 청년의 전화를 (사)한국청소년재단으로 바꿔서 설립하고, 그리고 오늘로 이어져 왔다.

- 한국청소년재단 홈페이지를 보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하는걸 알게 되었다. 한국청소년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갈 계획인가?

이런 저런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삼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어느 카페 귀퉁이에 적혀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 어마어마한 일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어디 있겠냐만, 일생에서 특별히 중요한 시기는 청소년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청소년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권리와 의무를 함께 공존시키고, 이렇게 성장한 청소년들이 통일한국의 행복한 시민으로 한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주역으로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되고 싶다.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여러 일들을 소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 하는 마음으로 일하겠다.

지난 2016년 6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창립식 장면. 사진 왼쪽부터 황인국 공동대표, 국민의당 김관영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영진의원, 바른정당 유의동의원, 이용모 공동대표

- 끝으로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공동대표도 맡고 계신데 어떤 단체인가. 

 “내 삶을 바꾸는 깨알정책”을 모토로 흘러 보내기 쉽게 작은, 그러나 시민의 삶이 행복하게 바뀔 수 있는 생활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정치 이념이나 정당에 상관없이 우리의 행복, 우리의 삶이 사업의 핵심이 되고 그것을 정책과 입법으로 추진하자는 운동이다.

작년 2016년 6월에 창립되어 현재 주요 추진 사업으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19-24세 대중교통 이용요금 할인 확대’, ‘18세 선거권’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24세 청소년까지 대중교통이용요금을 할인해야 한다는 정책안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서울시의회와 공동으로 관련 정책토론회가 개최될 정도였다.

여전히 이슈 발굴, 시민의 공감을 얻어내고, 힘을 모아내는 것 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부족한 재원과 인력, 쉼 없이 이어지는 일상과 업무는 열정마저도 지치게 하곤 한다. 그러나 ‘내 삶을 바꾸는 깨알정책, 생활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시대정신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올해 한국정책학회 회장이기도한 이용모 공동대표를 포함 더 나은 한국사회를 꿈꾸고 열망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함께 미래로, 헤쳐 나가다 보면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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