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9년만에 첫 구속 ‘불명예’..경영 활동 올스톱·브랜드 인지도 타격 불가피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국면을 맞게된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은 패닉상태에 빠지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그동안 글로벌 무대에서 쌓아왔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모든 경영이 올스톱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 전반에도 타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 총수 첫 구속..경영활동 ‘올스톱’

법원은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와 국외재산도피 등 5가지 혐의로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청구된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삼성에서 오너가가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최초다. 1938년 창사 이후 79년 만의 일이다.

이날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곧바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미래전략식 소속 팀장 및 임원 등은 지난 16일부터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 대기하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주시해오다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 삼성은 당분간 중요 투자결정이나 인사, 조직개편 등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은 특검 수사 영향으로 연말에 실시해야 할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상 3월에 실시하는 그룹 공채 일정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논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은 지난 2014년부터 진행해 온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의 최종 단계지만 중단 위기에 놓였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시기도 놓칠 수 있다. 이는 미래전략실이나 전문경영인이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

특히 당장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80억 달러(9조6000억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한 하만의 경우 한국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하만은 17일(현지시간) 삼성의 인수합병 안건을 다루는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합병안건이 주주 5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으면 삼성전자와 하만의 합병은 가결된다.

하지만 가뜩이나 하만 일부 주주들이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미지수다.

또한 ‘갤럭시노트7’ 실패 이후 삼성의 스마트폰 차기작 ‘갤럭시S8’ 출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직접 해외 출장을 다니며 해외 거래선들을 만나고 서초사옥에서 직접 한국을 방문하는 파트너사들을 맞아왔던 만큼 글로벌 사업에서의 이 부회장의 부재는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브랜드 인지도 추락 불가피..美 해외부패방지법 적용되나

글로벌 인지도 하락 등 기업 이미지 추락 역시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삼성은 연매출 300조원,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7위, 세계 100여개국에 50만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와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구속된 만큼 부패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황.

결국 이 부회장이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제품 수출에 있어서도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뇌물 혐의가 확정되면 미국 사법당국이 자국기업이나 자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부패기업에게 패널티를 가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삼성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사장단 협의체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전개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사장단 협의체 중심의 ‘집단경영 체제’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오너일가가 경영에 직접 나서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롯데 등 ‘좌불안석’..대기업들 긴장감 고조

한편, SK, 롯데 등 대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로 끝나지만 기간이 연장될 경우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

SK와 CJ는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자금을 제공하거나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사면을 바라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리 사면 사실을 알려줬다고 검찰 수사 때 진술해 대가성 논란이 일었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송금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 무마 및 면세점 선정 등을 위해 제공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총수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특검이 수사 기간까지 연장하게 될 경우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강도는 이전과 달라질 수 있고, 미르·K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은 수사 칼날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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