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 불명예..與野, 탄식과 환호 극명한 ‘희비 교차’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 탄핵 심판에 의해 대통령직을 박탈당한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10일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선고를 진행했다.

이날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선언한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234석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지 92일만이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민간인’ 신분 된 박근혜..헌정 사상 첫 불명예

이날 탄핵 심판 선고에는 조용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이 참석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가운데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파면 사유로 꼽았다.

헌재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각종 인사자료나 국무회의자료 등 공무상 비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점을 인정했다. 최씨는 문건 내용을 수정하거나 대통령 일정을 조정하는 등 관여했다.

또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하고 대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아 미르 재단을, 288억원을 받아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했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봤다.

아울러 헌재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 더블루K를 설립한 점에 주목하고, 최씨가 김존 전 문체부 제2차관을 통해 이들 재단을 이용해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도 모두 인정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사익 추구를 도운 박 대통령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더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어떠한 경우도 헌법과 법치주의는 흔들리면 안될 우리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서 ‘민간인’ 신분이 됐다. 당장 호칭부터 ‘전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다. 또 청와대 관저에서의 유폐생활도 정리해야 한다.

아울러 경호·경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가 즉시 박탈된다. 특히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상실함으로써 곧바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다.

박 대통령은 불명예 대통령으로 영원히 역사에 남게 될 전망이다.

◆정치권, ‘탄식과 환호’ 희비 교차

한편, 이 권한대행이 이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주문을 낭독하자 여야 각 당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의도 당사 6층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의원들과 비공개로 탄핵선고 방송을 시청하다 박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인용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은 뒤 머리 숙여 인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내려지자 결과를 예상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추 대표는 이날 특별 성명을 통해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은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무너진 대한민국에 국가이성이 살아 있음을 만방에 보여줬다”며 “헌재 결정에 (정치권) 모두가 절대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른정당은 소속 의원들도 국회 본청 대표실에 집결, 박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자 지도부가 기립한 가운데 정병국 대표가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탄핵됐다. 만장일치로 결정을 해주신 헌재 재판관 여러분을 국민과 함께 존경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대표는 “국민을 배신한 국정농단 세력과 결별하고 황량한 벌판에 나와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것이 바른 선택이었고 옳은 결정이었음이 확인됐다”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정의당에서도 박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이 나오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 파면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촛불을 내려놓을 때가 아니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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