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 13개 혐의 전직 대통령 중 4번째 조사..“국민께 송구..성실히 조사 임할 것”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검찰에 출두했다.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9시15분께 서울 강남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탄핵안 인용 선고로 파면된 후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날 박 대통령은 칩거 9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네 번째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번째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3개 혐의에 대해 조사한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남색 의상 차림에 담담한 표정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지지자들을 한 차례 쳐다본 후 대기 중이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탑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 테헤란로를 거쳐 8분 만인 오전 9시23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긴 채 곧바로 청사 안 엘레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이목이 집중됐지만 이렇다 할 내용은 없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 전반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지난해 검찰 특수본은 최순실씨 등 관련자를 기소하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 등 박 전 대통령의 8개 혐의를 공소장에 기재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수사 기간이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한 뇌물수수 등 5개 혐의까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모두 13개다.

이 가운데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죄 의혹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대기업들로부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걷은 행위를 두고 검찰은 직권남용과 강요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박 특검팀의 평가는 달랐다. 특검은 일련의 행위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한 뒤 수사를 검찰에 이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직권남용과 뇌물죄 가운데 어떤 혐의를 적용할 지 결론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는 사안이 방대한 만큼 박 전 밤 늦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박 전 대통령에 제기된 혐의가 상당한 만큼 추려진 질문만 수백개, 100쪽 이상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조사에는 형사8부 한웅재 부장과 특수1부 이원석 부장이 나선다. 두 사람은 검찰 내 특수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

한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대검찰청 형사1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을 수사했고, 특별감찰관실이 고발한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 사기 혐의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이 부장검사는 최씨에 대한 삼성의 부당 지원 의혹을 수사했으며, 이달 초 재구성된 특수본 2기에서 SK·롯데 등 대기업 뇌물 의혹 전담 수사 부서를 지휘하고 있다.

이 부장검사는 현직 특수부 검사 가운데서도 ‘특수통’으로 꼽힌다. 그는 사법연수원 27기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수사에 참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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