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민정씨 주식 무더기 증여부터 대리점 상대 갑질까지 ‘불공정 종합세트’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서경배 회장이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새 정부의 ‘재벌개혁’ 타깃이 될 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동안 자녀 편법승계 의혹, 오너가(家) 갑질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개혁 움직임에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올해 취임 20돌을 맞은 서 회장은 올해를 새 전환점으로 삼고 원대한 기업으로 일구겠다고 다짐하고 나섰지만, 과거 불거진 논란들이 그룹 성장에 암초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자녀 주식 몰아주기 논란..서경배 회장의 ‘원대한 기업’ 비전에 암초?

19일 아모레퍼시픽그룹 등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 3월18일로 취임 20주년을 맞았다. 1945년 창업한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매출 10배, 영업이익은 21배 증가했다. 서 회장 역시 지난 20년간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서 회장은 올해 지속가능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원대한 기업’을 향한 미래 비전 달성을 다짐했다.

그러나 서 회장에게 올해 첫 시작은 그야말로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로 중국 관광객들의 수요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

올 1분기 연결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3168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2246억원으로 15.0%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9% 줄면서 면세 부분 매출액 성장률은 11% 급감한데다 내수 침체로 면세점 이외 매출도 위축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 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뷰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기존 중국 시장 외에도 아세안과 미국, 중동 등 다른 나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부터 불거진 일련의 논란들이 서 회장의 사업 확장 자신감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먼저 서 회장 장녀인 민정씨의 주식 증여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했다. 민정씨는 지난 1월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입사, 오산공장에서 생산 관련 업무를 맡으며 승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

지난 1월2일 기준, 민정씨는 국내 20대 최고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리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민정씨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치는 297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서 회장의 주식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라는 다소 불편한 의혹이 있다.

1991년생인 민정씨는 중학생이던 2006년부터 아버지인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G,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꾸준히 지분을 증여받았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10년간 보유하면 보통주로 자동 전환돼 주주총회 의결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민정씨가 가지고 있는 아모레G 우선주는 지난해 보통주로 전환됐고, 보통주 지분 2.93%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오너일가 가운데 두 번째로 지분이 많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비상장사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주식을 각각 19.52%, 18.18% 증여받아 각각 2대 주주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민정씨는 농심홀딩스 지분도 0.28% 보유 중이다. 외할아버지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식 1만2261주를 증여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정씨의 승계작업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난과 편법증여, 향후 주식 가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절세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오너家 갑질에 대리점주의 눈물까지

문제는 또 있다. 서 회장의 누나인 혜숙씨의 ‘건물주 갑질’ 논란이 그것이다. 혜숙씨 부부가 소유한 빌딩에 입주해 있는 M 병원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해당 빌딩의 5개 층을 임차했는데, 혜숙씨 측이 불법 확장을 제안했고 이 사실이 관할 관청에 적발돼 M 병원 측은 34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게 됐다.

이후 혜숙씨 측은 건물 공실의 추가 임대를 위해 M 병원에 확장 부분을 다시 철거할 것을 강요했고, 결국 병상 수 부족으로 의료법상 병원급 기준에 미달돼 영업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 측은 혜숙씨 측이 계약해지를 해주지 않자 계약해지 및 보증금 반환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M 병원 측에 전기세 500여만원을 과다 청구한 사실도 확인돼 혜숙씨 부부는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지만 무혐의 처분 됐다.

또한 본사 매출 확대를 위해 기존 대리점의 방문판매원을 마음대로 타 영업점으로 이동시키거나 대리점주에게 영업 포기를 강요하는 등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의 횡포’ 등으로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이밖에 ‘동문 사랑’으로 유명한 서 회장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동문과 아모레퍼시픽 출신 등을 선임한 것을 두고도 독립성 결여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

사외이사는 이사회 등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조언과 전문지식을 제공하면서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독립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정권교체와 관계 없이 상생경영 활동 등을 진행 중”이라며 “화장품 업계로 1위는 맞지만, 삼성 등 대기업에는 (재계 순위에서)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과거 불거진 논란들로) 새 정부의 (재벌 개혁)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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