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기계약직 98% 증가..정부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고용 개선 꼼수 지적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비정규직 제로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를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보험·카드·증권업계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의 지난해 정규직 고용 증가율은 0%대인 반면, 연봉이나 근로조건이 계약직과 유사한 무기계약직 증가율은 100%에 임박하는 수치를 보인 것. 결국 무기계약직의 고용률을 늘리면서 고용 개선과 비용 절감 등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22일 산업은행 및 기업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무기계약직은 117명으로 전년(59명) 대비 98%(58명) 늘었다.

이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 8곳에서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이 3.0% 늘어난 것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면 산업은행의 정규직은 전년(3030명)보다 0.09%(3명)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금융공공기관의 정규직 증가 수치인 0.5%보다 못한 수준.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정규직 대신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상한 신분을 부여해왔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어 통상적으로 정규직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연봉이나 근로조건 등이 계약직과 비슷해 기업으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정규직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결국 넓은 의미에서 정규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짜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을 늘린 산업은행은 고용 개선에 나선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은 물론 새정부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무기계약직 고용률이 높아진 이유는) 운전용역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무기계약직의 정년과 복지 등은 정규직과 같다. 다만 급여는 시장에서 형성된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이 (산업은행보다) 무기계약직 수는 더 많다”며 “(산업은행은) 정부로부터 정규직 수에 대한 통제를 받고, (정부가) 예산도 정원에 맞게 주는 것은 아니어서 정규직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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