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지 53이 만에 처음으로 모습 드러내..18개 모든 혐의 부인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지 53일만에 대중에게 얼굴을 공개했다.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많은 사람들은 23일 417호 법정에 이목을 집중했다.

대통령 시절까지 올림머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톡스에 필러 시술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날 민낯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무래도 미용에 신경 쓸 수 없는 구치소 생활이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해 최순실씨와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8시34분께 홀로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한 박 전 대통령은 9시10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수의 대신 정장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수감번호 ‘503’ 배지를 부착한 상태였다.

박 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은 이날도 어김없이 올림머리 형태였다. 구치소에서 구입한 검은색 집게핀으로 머리를 틀어올려 약식으로 올림머리를 한 것.

옆에는 검은색으로 된 큰 똑딱이 핀이 3개 꽂혀 있었다. 구치소에서는 금속 재질로 된 실핀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큰 핀을 꽂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 뇌물죄 혐의를 비롯해 18개 혐의에 대한 재판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 등 18개 혐의에 대해 검찰 진술에서 ‘더러운 짓’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혐의는 모두 최순실씨가 행한 혐의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이날 재판 시작전까지 철저히 분리된 상태로 대기했다. 두 사람이 공모한 범죄사실이 있는 만큼 함께 대기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재판 시작 10분전쯤 미리 재판정에 착석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최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자리에 앉았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를 외면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적용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공소사실을 엄격하게 기소된 것이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해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도 재판부를 향해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 “재단 설립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청와대 방모 행정관 진술에 보면 2015년 2월께 안종범 전 수석 지시에 따라 문화체육재단 설립에 대한 기본계획서가 마련돼 있다”며 “검찰 주장에 따르면 (같은 해) 7월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오찬 이후 7개 그룹 회장들과 오찬한 이후 재단 설립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일부 기재돼 있고 특검 공소장에는 2015년 5월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재단 설립하라고 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첫번째 공판을 마친 후 호송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삼성그룹과 관련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한 약 79억원은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간 용역계약에 따라 코어스포츠 법인 계좌로 송금됐다”고 했다.

유 변호사는 “제3자가 뇌물을 받았을 때 본인(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경제공동체 개념이 성립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검찰은 경제공동체 개념뿐만 아니라 공모관계도 인정된다고 하지만, 도대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모의했는지 삼성으로부터 어떻게 돈을 받아내겠다는 구체적인 모의 과정과 범행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시와 관련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검찰 측은 “우리는 법률가”라며 “(당시) 대통령인 피고인이 모든 행위를 다할 수 없다. 공동정범이론에 따라 행위지배가 충분하다는 법리판단을 거쳐 기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씨 역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40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나오게 한 것이 죄”라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이 (나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공동체라는 걸 엮어가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며 “삼성의 말이나 차는 삼성 것이지 저희 것이 아니다. 저희를 뇌물죄로 몰고가는 건 무리한 행위”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첫 정식재판은 3시간만에 종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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