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생활비 봉급으로 해결” 관계기관 개혁 불가피..비밀스런 조직 국정원의 미래는?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대폭 절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동안 ‘눈 먼 돈’으로 지적돼 온 특수활동비에 대한 칼을 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관저 운영비나 생활비도 특수활동비로 처리되는데 적어도 가족생활비는 대통령의 봉급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식대의 경우 손님 접대 등 공사가 정확히 구분이 안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그래도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솔선수범으로 특수활동비에 칼을 뽑아들었다. 그동안 ‘눈 먼 돈’으로 불리며 논란이 됐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부터 삭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감축도 뒤따를 전망이다.<사진=뉴시스>

◆관행 깨고 대통령부터 솔선수범..“정부 특수활동비 투명 운영하겠다”

관행적으로 대통령 가족 생활비는 청와대에서 지불해왔다. 다시 말해 줄곳 국가 세금에서 지불됐지만, 이것을 사비로 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는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정부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

청와대에 따르면, 올해 대통령 비서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127억원이다. 문 대통령은 그 중에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의 올해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로는 총 161억원이 편성됐고, 이 중 이달 현재 127억원이 남아 있다.

통상적으로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증빙 처리가 되지 않는 돈이다. 다시 말하면 ‘눈 먼 돈’이다. 때문에 이 돈이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특수활동비는 매년 8000억원 이상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특수활동비 규모는 8조5631억원이다.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국가정보원으로 4조7642억원을 써 전체 특수활동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국방부(1조6512억원), 경찰청(1조2551억원), 법무부(2662억원), 청와대(2514억원) 등 순이었다.

특수활동비는 수사기관의 정보 획득 및 사건 수사에 쓰이는 돈이다. 나머지 기관의 경우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비 논란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9000억원의 절반 가량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이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대선 댓글 논란이나 보수단체 관제데모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수활동비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신계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활동비를 자녀의 유학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경남지사도 생활비로 유용해 논란이 됐다.

이후 최근에는 이른바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이 발생하면서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특수활동비가 영수증 증빙이 되지 않는 돈이기 때문에 ‘주머니 돈이 쌈짓돈’처럼 되는 경향이 발생하면서 특수활동비에 대한 투명성과 함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관계기관 개혁 사실상 불가피..비밀스런 용도 사용 국정원 미래는?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특수활동비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다른 관계기관들도 특수활동비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국정원이다. 국정원은 특수활동비가 이른바 정보를 취득하기 위한 용도이면서 가장 비밀스런 용도이기 때문에 이를 개혁할 수단이 없다. 국정원 스스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는 문 대통령의 개혁 움직임에 국정원이 과연 동참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비밀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금이 필요하고, 따라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손을 대면 안된다는 여론도 나온다.

‘서민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다만,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정원의 큰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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