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 중 첫 번째로 법정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공판에 출석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에서 최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3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청사에 도착해 곧장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으로 이동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 독대에서 89억 출연을 강요받았느냐’ ‘독대에서 면세점과 (최재원 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얘기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최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지난해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가진 상황을 증언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면세점 특허 갱신 문제, 최재원 수석부회장 가석방 문제에 대해 건의했느냐”고 물었고, 최 회장은 “네, 사실이다”고 답했다.

또한 최 회장은 동생인 최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사면돼)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언론을 통해 사생활 문제를 공개하며 논란이 일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완곡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두 재단 문제에 대해 거론한 사실도 시인했다. 최 회장은 검찰이 “두 재단 자금 출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감사하다는 말을 했느냐”는 취지로 묻자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답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삼청동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로 독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권유하고 필요 예산 89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1월 특허기간이 만료된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을 대상으로 특허 재심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워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점은 특허권을 잃었다.

최 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할 당시, 워커힐면세점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던 상황. 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작업에서도 정부 승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다.

때문에 최 회장은 이 같은 경영 현안들을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수감 중이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SK측은 K스포츠재단이 아닌 최씨 소유의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에 송금을 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했고, 최종적으로 추가 지원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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