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장 인선 과정서 최순실 개입설 제기..노조 “정경유착 청산해야”
2대주주 블록딜 추진도 악재..주가부양 기대 못 미쳐 헐값 매각 우려까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올 하반기 대우건설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작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농단 재수사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칼날을 들이댈 경우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최순실 낙하산 의혹’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2대주주인 SEBT투자유한회사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팔고 나간 뒤 주가가 급락했고,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역시 대우건설로서는 악재다.

◆박창민 사장, ‘최순실 낙하산’ 의혹..또 다시 수면 위로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은 이르면 오는 7월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낸 후 매각 주관사 선정을 거친 뒤 9월께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 3조원에 달하는 대우건설은 올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초대형 매물이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지분 50.75%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로서 해외 저가 부실 수주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대우건설을 올해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올해 안에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최순실의 사람’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사장의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SBS는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공공기관뿐 아니라 대기업 사장 인선까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1일 최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찾았다.

해당 메시지에서 이씨는 모 대기업 건설사 사장으로 A씨를 추천하면서 “무엇보다 자신들과 소통이 원활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씨는 또 다른 후보인 B씨에 대해 알아보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한 달여 뒤 B씨가 해당 대기업 건설사 사장에 취임했다.

특히 최씨와 이 전 본부장의 문자가 오가던 시점은 지난해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당초 같은해 6월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는 박영식 전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 본부장을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사추위는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과 대주주인 산은 부행장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는데, 산은은 사추위에서 외부인사를 포함해 사장 후보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돌연 바꿨다.

이후 사추위는 기존 후보였던 당시 박 사장과 이 본부장 대신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대우건설 전 부사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설과 내정설 등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후보의 사장선임이 강행되자 대우건설 노조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등이 반기를 들었지만, 결국 박 후보는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박 특검팀이 확보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박 사장이 ‘최순실의 사람’이라는 것이 거의 유력시된 것.

이에 건설기업노조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최순실 게이트는 정경유착의 폐단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적폐로 규정하고 개혁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건설업계를 개혁하려면 이같은 정경유착을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건설기업노조와 대우건설지부는 몇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박 사장이 낙하산 인사이며 정부가 이를 강행했음을 주장하고 알렸다”며 “건설업계는 최씨가 사장 인건에 개입한 건설사가 대우건설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재수사를 지시할 경우 박 사장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2대주주 블록딜 암초..산은, 결국 헐값 매각?

대우건설 매각에 비상이 걸린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대우건설 2대주주인 SEBT투자유한회사는 지분 5.78%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당시 대우건설 주가는 7% 가까이 급락했다. 앞서 SEBT는 지난 4월에도 지분 1.68%를 블록딜로 털어낸 바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가 최소 1만3000원은 돼야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23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150원(2.16%) 오른 70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보다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8000원대를 넘어섰던 것보다는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이다.

대우건설 주가 하락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SEBT투자유한회사는 이르면 오는 7월 보유 중에 있는 잔여지분(4.82%)에 대한 3차 블록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정책을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대우건설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던 산은도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산은이 정관 변경으로 통해 낮은 가격에도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적정 주가 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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