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중견기업들의 수난시대는 시작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조 미만 중견기업의 사익편취 행위에 강력 브레이크를 걸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그룹을 둘러싼 잡음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는 영원무역그룹이 매년 내부거래를 통해 든든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까닭인데, 과연 공정위의 칼날이 이를 예의주시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더욱이 이 그룹은 높은 내부거래율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인 와이엠에스에이(YMSA)라는 명확하지 않은 소유구조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부의 대물림 꼼수’라는 비난 여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계열사 내부거래율 98% 이상..‘와이엠에스에이’를 주목해라

영원무역그룹은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와이엠에스에이 등 국내 계열사 5곳이 있는 중견기업이다. 창업주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이 지배주주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중간지주사격으로 지난 2009년 영원무역의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는 16.77%를 보유 중인 성 회장이다. 이어 성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0.02%, 친인척인 이선진·김희진씨가 각각 0.01%와 0.25%, 와이엠에스에이 29.09%, 사내 근로복지기금 0.15% 등 총 46.29%다.

영원무역의 경우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분 50.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성래은 사장이 0.02%, 사내 근로복지기금이 0.18%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0% 이상이다.

이 밖에 영원아웃도어는 영원무역홀딩스가 59.3%, 스캇노스아시아는 영원무역홀딩스와 종속회사가 각각 60%와 2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와이엠에스에이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45.59%다.

영원무역그룹 지주사인 와이엠에스에이는 지난 1984년 ‘영원즈어패럴’이란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현재의 사명은 1987년부터 사용됐다. 지난 2011년 영원무역그룹은 지주사 체계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로 탈바꿈 했다.

와이엠에스에이는 높은 내부거래율로 그동안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실제로 ▲2012년 99.7%(매출액 286억원, 내부거래액 285억원) ▲2013년 99.1%(매출액 328억원, 내부거래액 325억원) ▲2014년 98.5%(매출액 266억원, 내부거래액 262억원) ▲2015년 99.7%(매출액 348억원, 내부거래 347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역시 총 매출액 355억원 중 329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이었다.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로만 따졌을 때, 와이엠에스에이는 공정위의 철퇴를 맞고도 남는다. 그러나 와이엠에스에이는 총 자산 5조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공정위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 등 꼼수를 정조준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야말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새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꼴이 된 셈이다.

◆공정위, 중견기업 정조준..영원의 오너 곳간·후계구도 열쇠 찾나?

또한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율로 오너일가의 배를 채우던 와이엠에스에이는 매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공개해오다 지난 2013년부터 감사보고서에서 자취를 감췄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성 회장을 제외하고 성 회장의 아내와 세 딸들이 와이엠에스에이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분구조를 공개한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성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와이엠에스에이의 지분구조가 가려지면서 일감몰아주기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지분율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와이엠에스에이는 매년 수천억원 대의 이익잉여금 규모를 유지해오면서 오너 곳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향후 후계구도에 키를 쥐고 있는 회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와이엠에스에이→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 등 각 계열사’라는 지배구조로 봤을 때, 경영승계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

현재 성 회장의 세 딸 가운데 둘째인 성래은 사장은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오르며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성래은 사장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2002년 회사에 입사해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 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2014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 사장과 영원무역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성래은 사장 소유의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은 소량(0.02%)이다. 그러나 다른 자매들과 달리 개인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영원무역그룹의 후계구도가 성래은 사장을 가리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다 보니 후계구도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선 성 사장이 향후 와이엠에스에이의 지분율을 획득할 지에도 그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영원무역그룹의 차기총수의 향방은 사실상 와이엠에스에이 지분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적폐 기업’의 골자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 과연 피할 수 있을까

한편, 새 정부가 큰소리로 외치는 ‘적폐 청산’은 단어 그대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정리해 깨끗이 해결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여기엔 부정청탁이나 뇌물, 사회적으로 늘 문제가 되어 온 낙하산 인사 등 각종 부정부패가 모두 포함이 되겠지만 ‘적폐 기업’이라고 했을 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부거래를 통한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다.

이 같은 맥락으로 비춰볼 때, 영원무역그룹 역시 ‘적폐 기업’의 적정 자격은 일단 갖춰진 셈이다. ‘합격’의 쓴 맛을 볼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말이다.

“매년 내부거래를 통해 조용히 ‘내 배 채우기’에 바쁘신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님!

아직 임기 초반이라서 그런지 심하게 파이팅 넘쳐 쫌(?) 무서운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적폐 기업 칼날을 부디 재주껏 꼭 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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