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노조 측에 높은 성과급 제시로 파열음..윤종규 회장, 이익배분제 재정비로 ‘압박’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KB금융지주가 KB손해보험의 유례없는 고액 성과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 측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 중인 KB손보 측이 지난해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 성과급의 일종인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기본급의 300%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사 간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KB손보 측은 2016년 임단협 안으로 성과급 300%와 연봉 1%인상을 노조 측에 제시, 노조는 이르면 이달 안에 임단협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KB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9.6% 대폭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388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0.4% 증가했고, 매출도 11조3184억원으로 1.9% 늘었다.

노력의 성과에는 그만큼 올바른 대가가 따르기 마련.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본급의 300%라는 성과급 보상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KB금융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KB금융 계열사에 이 같은 성과금을 지급한 적이 전무한 것은 물론, KB국민은행이나 KB국민카드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를 두고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KB금융은 전년대비 26.2% 증가한 2조1437억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5년 만에 2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지주 순익의 절반에 가까운 9643억원을 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비용을 고려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직원 격려 차원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져 지난달 초 100만원에 달하는 격려금을 받았다.

결국 타 계열사 역시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불구, 손보에 비해 성과급을 적게 받거나 못 받는 직원들은 지주사인 KB금융에 성토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KB금융으로서도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유례없는 성과급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지면서 나아가 계열사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역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등 금융업계의 경영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을 대비해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어, 이 같은 대규모 성과급은 오히려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KB손보 홍보실 관계자는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이고,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금융 홍보실 관계자는 “성과가 좋으면 (직원들이 성과급을) 그만큼 많이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경영적·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KB손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최선의 선택으로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이익배분제를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높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 연말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 KB금융 및 계열사 직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지난 3일 정기조회에서 “KB가족여러분이 흘린 땀의 결실인 초과이익에 대해 당당히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보상에 대한 이슈를 놓고 과거처럼 노사가 줄다리기 하는 일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초과 수익을 달성할 경우 일정 부분을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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