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병사’ 지정하고 가해자와는 분리 안해..선임병들 폭언 내용 등 담긴 수첩 발견

[공공뉴스=이미랑 기자] 육군 22사단 소속 병사가 선임병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22사단은 지난 2014년 GOP에서 수류탄을 던진 뒤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부대다.

또한 지난 1월 얼굴에 구타흔을 가진 일병이 휴가 복귀 당일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인권단체 군인권센터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22사단 소속 A(21)일병이 지난 전날 오후 4시께 외진을 나왔던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건물 7층에서 투신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일병은 지난 14일 부대 내 면담을 통해 선임병들로부터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후 부대 측은 A일병이 숨지기 하루 전 ‘배려병사’로 지정했지만, 가해자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A일병이 평소 소지하고 다니던 수첩에는 훈련 때 ‘얼을 탄다’(잠시 정신을 놓다는 뜻의 속어)며 멱살을 잡히고,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상태에서 선임병들이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냐”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센터는 전했다.

또한 선임병들이 불침번 근무 중 목을 만지며 얼굴을 밀착하고 “왜 대답을 안 하냐”며 희롱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일병의 지갑 속 메모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이야. 편히 쉬고 싶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센터는 “A일병은 이런 일들 때문에 ‘자존감과 복무 의욕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는 식의 메모를 남겼다”며 “배려병사로 지정하기보단 가해병사에 법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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