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직접 만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약속
회사 측 “피해보상 계획 없어..현재 재판 진행 중이라 더 이상 할 말 없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일명 ‘가습기 살균제 치약’ 논란으로 소비자들을 두 번씩이나 우롱하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 제품을 유통·판매해 지난해부터 소비자들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여전히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앞서 ‘가짜 백수오’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 이슈로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고조됐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7년간 이어진 논란 속에서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웠고, 현재까지도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나서면서 아모레퍼시픽이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번복할 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일부제품에 쓰인 화학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지난해 10월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MIT/MIT 성분은 가습기 살균제에 첨가돼 피해자를 발생시킨 유독물질로 입과 피부 등으로 흡입할 경우 급성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습기 살균 성분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분은 환경부 지정 유독물질로 분류돼 있고 현행법상 구강용품에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습기 살균제 치약’ 피해자들은 아모레퍼시픽 측이 허가되지 않은 해당 성분이 치약에 들어있는 것을 알면서 만들어 팔았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되자 해당 성분이 함유된 치약 제품 전량을 수거 조치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측은 치약에 함유된 CMIT/MIT가 극미량이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해물질이긴 하지만 극미량만 검출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식약처는 CMIT/MIT이 검출된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을 회수할 당시 이들 제품에는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됐다고 밝혔다.

또한 CMIT/MIT 성분이 의약외품인 치약제에는 허용되지 않지만 치약은 입안을 물로 씻어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모레퍼시픽의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제품 회수를 결정하고 빠르게 공식 사과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독성 물질임에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은 결코 굽히지 않고 있어 비난 여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현재 CMIT/MIT의 유독성이 인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정확한 증거 없이 유해성만을 부인하면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독성 치약과 관련해 소비자 분쟁이 1년이 돼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어 7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처럼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들만 더욱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홍보실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결과를 지켜본 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까지는 피해 보상 대책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사례가 명확하지 않아 인가관계를 밝히는 데 시간이 걸려 재판이 길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경배 회장이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새 정부들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벌 개혁’ 명단에 이름을 올릴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동안 자녀 편법승계 의혹, 오너가(家) 갑질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있는 상황.

서 회장은 올해 취임 20주년을 맞아 ‘원대한 기업’을 향한 미래 비전을 천명했다. 그러나 독성 치약 관련 소비자 분쟁부터 그동안 불거진 각종 논란들이 그룹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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