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야! 내 가방좀 들어줘”

“싫은데..?”

“싫어? 너 내 가방 안 들어주면 이 과자 너는 안줄꺼다”

“그럼 가방 들어주면 그 과자 나 줄 거야?”

“당연하지!”

어렸을 땐 단지 이 친구가 부잣집에서 늘 맛있는 과자 듬뿍 가지고 다니며 친구들을 주위로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아니..가방 좀 들어주면 내가 먹고 싶었던 맛있는 과자가 쑥쑥 나오니 참 좋은 친구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땐 정말 몰랐었다.

자기 가방 안 들어주면 과자 안주겠다고 으름장 놓는 이 친구가 바로 ‘가진 자의 갑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진 왼쪽부터>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 허영인 SPC그룹 회장.

언제부턴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진자들의 갑질’이 진짜 가관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잘난 회장님들과 또 대기업의 갑질은 과자를 미끼로 선량한 자기 친구 교묘히 일 시켜먹는(?) 그것과는 질적으로나 혹은 지능쪽으로나 절대 비교할 것이 못된다.

이번엔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다. 지난 14일 한 언론매체를 통해 불거진 강 대표의 ‘수행 운전기사 갑질’ 의혹은 또한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갑질’ 기업에 칼날을 들이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누군가는 ‘갑질’을 열심히 행사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갑질만 살펴보더라도 그 방법, 범위가 참 다양해서 놀랍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프랜차이즈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에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님들의 갑질 파문은 하루가 멀다하고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게 현실.

회장님들의 갑질로 해당 기업들도 못살겠다는 분위기지만 이 같은 오너 리스크에 골병이 드는 쪽은 따로 있다. 바로 가맹점주들이다. 회장님의 크고 작은 일탈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시스템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은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갑질’과 경영비리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정 전 회장에게 가맹점주들은 ‘돈줄’이었다. 2005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입하녀서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업체로 끼워 넣었고, 가맹점주들은 이 업체를 통해 1kg당 1만5000원 정도의 마진이 붙은 비싼 치즈를 구입해야 했다.

이른바 ‘치즈 통행세’로 정 전 회장은 57억원의 부당 이익을 빼돌렸고, 그 부담은 가맹점주들이 그대로 떠안았다.

탈퇴한 가맹점주들에게는 보복도 일삼았다. 정 전 회장은 탈퇴한 가맹점주의 매장이 문을 열자 인근에 직영점 2곳을 여는 보복 출점을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부터 올해까지 딸을 비롯, 친인척 및 측근들을 회사 임직원으로 등재하고 29억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했다. 심지어 가사도우미를 회사 직원으로 등록해 회삿돈으로 월급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 전 회장은 156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공정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50대 경비원을 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으며, 검찰은 상해죄로 그를 약식기소했다. 연이어 불거진 논란으로 정 전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방배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임을 공식 선언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을 살펴보자. 소위 ‘시간 꺾기’를 통해 제빵기사들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이 실제로 1시간~4시간30분 연장근로를 하면서 인력부서가 전산으로 퇴근시간을 오후 5시로 조작하는 등 ‘시간 꺾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착취와 휴식시간 미보장·15일 연속근무·휴가 미사용 등 회사가 조직적으로 광범위한 노동관계법 위법행위를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제빵기사의 휴식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하는 등 위법·부당 처우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갑질 논란은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 역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에 부과한 ‘어드민피’(구매·마케팅·영업지원 명목으로 받는 가맹금)을 둘러싸고 가맹점주들과 법정 다툼을 벌였고, 죠스떡볶이를 운영 중인 죠스푸드 역시 본사에서 부담해야하는 점포 리뉴얼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오는 17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위해 집중해왔으며, 관행처럼 여겨졌던 프랜차이즈업계의 각종 갑질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편안히 ‘가진자의 여유’를 누렸던 갑질 회장님들 중 지지리 복도 없이 ‘딱’ 걸려 범국민적 굴욕을 맛보고 있는 회장님도 있고, 개중엔 그나마 운이 따라 아직까진 그 죗값을 받지 않고 여전히 어디선가 갑질을 업으로 여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회장님도 계실 것이다.

이쯤되면, 아직까진 운이 넘쳐나는 회장님들은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하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뼈깊은 반성과 진정어린 사과 및 변화된 태도를 바라는 건 무리일 수 있다.

다만, 지금껏 ‘갑질’하시던 그 똑똑한 머리로 한번쯤은 반드시 깊이 생각하셔야 할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드린다.

바로 지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갑질 회장님’들이 어쩌다 수면 위로 올라 ‘굴욕 회장님’으로 전락했냐는 것이다. 그것은 ‘을의 반란’이 그 시작이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죽을 만큼 갑질에 고통스러운 을은, 결국 갑을 잡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어떻게...??

회장님들이 그동안 해오던 그 다양한 갑질처럼 이른바 ‘을질’도 그 수법과 범위가 다양해졌으니 절대 방심은 금물! 단순 고발을 할 수도 있고, 좀 더 지능적인 ‘을’이라면 일부러 더 심한 갑질(?)을 유도해 동영상 및 녹취에 성공, 편안하게 인터넷에 올리면 그만이다.

혹시나 여기까지 읽으시고, ‘나의 을은 너무 심각한 ‘착한 을’이라 그나마 이런 잔꾀도 못부린다’며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는 회장님들 계신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력을 다들 느껴보셨을 것이다. 괜히 길가다 의리 넘치는 목격자가, 또는 그 ‘착한 을’의 아주 고약한 가족친지분들, 또는 친구분들이..진짜 재수없으면 말많은 기자들이 회장님을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을지 절대 모를 일. 유식한 말로 ‘파파라치’라고 혹 우리 회장님들 들어보셨을런지 모르겠다.

이제 실컷 당한 자가 ‘갑’이 되는 세상이 왔다.

그동안 갑질 하셨던 회장님들!

자중하시고 진짜 갑과 을을 반드시 조심하세요!

을은 이미 본인들이 잘 아실테고.. 그럼 진짜 갑이 누구냐고요?

회장님들을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을 국민들의 눈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잃을 게 많을수록 甲(갑)도 乙(을)도 아닌, 丙(병)으로 살아가셔야 진짜 병(病)날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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