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1년씩 줄어든 금고 3년·징역4년 선고..재판부 “사망 등 예견하고도 안전성 간과”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임원들이 항소심에서 형이 줄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현 롯데물산 대표)의 2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김원회 전 홈플러스 본부장 역시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노 전 대표에 대해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판매에 대한 최종결정을 했음에도 제품의 안전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인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성분으로 살균제를 제조, 판매할 경우 소비자가 호흡기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살균제의 안전성 확보 여부에 관심을 갖고 확인했다면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시중 유통 제품을 모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다 보니 안전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나 제품 라벨의 표시를 믿고 쓴 다수의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해 상해를 입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지위의 회사 임직원으로서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향후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살균제를 판매할 당시 원료 물질이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제도적 미비가 있고, 이미 유통되고 있던 옥시 제품의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 등을 형량에 반영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2006년, 홈플러스는 2004년부터 각각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 제품을 모방해 유해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다.

두 회사 제품은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냈다.

노 전 대표 등은 이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혐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제품 겉면에 ‘인체에 무해’ 등 허위 광고 문구를 넣어 상습사기 혐의가 추가됐다.

한편, 두 책임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들도 2심에서 형량이 감형됐다.

롯데마트의 전 상품2부문장 박모씨와 전 일상용품 팀장 김모 씨는 각각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6개 월로 감형됐고, 제품 기획에 관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사 한국법인 QA팀장 조모씨는 금고 3년에서 금고 2년6개 월로 줄었다.

또한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는 금고 4년에서 금고 3년으로, 홈플러스 전 법규관리팀장 이모씨는 징역 5년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전 일상용품팀장 조모 씨는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홈플러스 주식회사에게는 1심과 같은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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