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데뷔 25년 차 배우 설경구. 그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이번에 보여줄 캐릭터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다.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설경구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변신을 했다.

설경구는 영화계에서 ‘고무줄 몸무게’로 유명하다. 이미 2002년 영화 ‘오아시스’에서 체중을 감량했고, 2004년에는 영화 ‘역도산’에서는 프로레슬러 역을 맡아 30kg까지 몸무게를 찌웠다.

특히 이번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오로지 ‘김병수’를 위해 10kg 이상을 감량, 분장 없이도 완벽한 모습을 만들어 내 ‘진짜 독함’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다음은 설경구와의 일문일답.

-매 작품 속에서 항상 살과의 전쟁을 하는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마다 찌워야 할 것 같으면 찌웠고, 빼야할 때는 뺐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번 작품에서 분장 없이 살을 감량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김병수’라는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이 갔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깊게 생각했던 부분이 ‘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였다.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같이 상의하면서 스타일과 얼굴을 만들었다.”

-어떤 모습을 상상하면서 김병수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름기가 쫙 빠진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했다. 하지만 근육을 키우는 운동은 하지 않았다. 앞서 살을 뺐던 것과는 다른 매우 건조해 보이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많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는데, 그 때마다 부담감은 없었나.

“연기를 쉽게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쉽게 생각했을 때 쉽게 나오는 것은 100%인 것 같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했을 때는 고민대로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쉽게 접근하면 고민 없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자명한 것 같다. 고민하면 고민한대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허망함도 있다. 앞으로 고민은 강도가 더 세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고민도 더 깊어가는 것 같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설경구가 돌아왔다’라고 봐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영화는 하면 할수록 고민이 깊어진 것 같다. ‘살인자의 기억법’ 제작보고회 당시 배우 오달수가 ‘배우가 힘들고 괴롭고 고민이 많을수록 관객의 볼거리는 는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배우도 고민을 해야 하는 일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작인 ‘불한당’에서는 임시완과 호흡을 맞췄고, 이번에는 설현과 부녀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나.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은 없었다. 첫 만남때 설현이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노메이컵에 약간 지친 얼굴로 왔다. 나와 감독님이 그 얼굴이 너무 좋아서 ‘오 은희네’ 라고 말했다. 내 생각 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은희의 모습이었다.”

-다작 배우인데 종종 연기가 획일화됐다는 평을 듣곤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변화를 많이 하고 싶다. 꾸준히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보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또 똑같은 얼굴이야?’ ‘또 소리지르네’라는 것이 부끄럽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어서 더 고민할 수도 있다. 그게 과정인 것 같다.”

-수많은 작품들 중 특별히 애정하는 작품이 있나.

“‘불한당’과 ‘살인자의 기억법’은 모두 지천명이 시작된 영화들이었다. ‘불한당’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줬는데, 마음의 변화는 ‘살인자의 기억법’ 때 있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내가 뭔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뭔가를 더 고민하지 않으면 정글같은 곳에서 못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나이가 50대에 들어섰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과거를 돌아본다기보다는 배우로서 앞으로 잘 나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늙는 모습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더 늙으면 안돼’ 이런 것도 아니다. 눈빛도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고, 눈만 안 늙었으면 좋겠다. 다큐에서 어느 발명왕이 나왔는데, 눈이 안 늙더라. 쇼킹했다.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청년의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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