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MBC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이 북핵 실험 도발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당은 김 사장의 체포영장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2일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2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북 핵실험 규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최고위원, 홍 대표, 이완영, 정진석 의원.<사진=뉴시스>

한국당은 4일 오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실시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물론 대정부질문 등 향후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다.

또한 이날 오후 고용노동부·대검찰청, 5일에는 청와대·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방문하고 문재인 정부 규탄 국민 보고대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상임위는 국방·정보·외교통일위 등 안보와 관련된 곳에 한정해 참석키로 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전체일정을 보이콧 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면서도 “북핵 사태에 관련된 외교, 국방, 정보상임위에 대해서는 한정적으로 상임위별로 협의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현재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보이콧은 갑작스러운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걸음이 꼬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보수정당을 표방한 한국당이 북핵 실험 도발 이슈에도 전면 보이콧을 선언함으로써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

안보를 표방한 정당이 안보 정국에서 파업을 선언함으로써 국민적 시선은 따갑게 됐다. 오히려 바른정당은 안보 정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당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당이 전면 보이콧을 계속 유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국민은 그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국회로 복귀한다면 체면이 구겨진 상황이다. 그리고 김 사장으로 출발되는 MBC 사태에 대해 한국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MBC 사태에 한국당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국회 의사일정을 복귀하게 되면 MBC 사태에 손을 놓게 되는 것이고,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면 북핵 실험 도발 안보 이슈에 손을 놓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보이콧 정국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국감 기간 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의사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단식 농성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여론은 차갑게 식어가면서 이 대표는 결국 일주일만에 복귀를 해야 했다.

이번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안보 정국이 그만큼 중요한 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맹비난을 가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법 집행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008년 당시 정연주 KBS 사장 문제와 관련, ‘소환장을 두 번, 세 번 발부했으면 그다음에 들어가는 절차는 법에 따라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것’이라고 말해놓고 지금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당은 제1 여야 정당의 행태를 싸잡아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보수정당인 한국당은 안보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보이콧을 외치고 집권 여당이라는 민주당은 이 와중에 한국당과 싸움에 매달린다”며 “한심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고 일갈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첫 정기국회가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초반부터 파행을 맞고 있는 것은 여야의 소통 문제라 할 수 있다.

안보가 위중하다면서도 국민 민생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이 같은 행보는 결국 국민들의 믿음을 무시하고 국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행동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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