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쓰레기가 아니다”..‘베이비박스’ 국내 첫 도입한 주사랑공동체교회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그 이면에는 한해 2백여 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를 버리는 이들은 대부분 미혼모들로 버려진 아이들의 상당수는 해외로 입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속에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모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현실. 정부는 아이를 낳으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매년 수백명의 아기들이 버려지고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왜 귀한 생명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죽어야 하는지..정말 안타깝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의 한 주택가에 이름도 생소한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해 유난히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죽어갔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더 커지게 만들었다. 베이비박스가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유명세를 타면서 이 목사의 품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꾸준 늘었다. 특히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후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이 평소의 9배 이상 증가했다. 입양을 위해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한 뒤 일주일 동안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입양 동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시행됐지만 오히려 버려지는 아이들의 증가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꼴이 돼 이 목사의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고. 더욱이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면 버려지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이 목사의 생각과 취지와는 달리 ‘아이 유기를 조장한다’라는 설왕설래까지 이어지고 있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버려지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위해 애쓰며 그들의 뒤를 묵묵히 봐주고 있는 이 목사와의 짧은 만남. 언제부턴가 사회 곳곳에서 갑(甲)의 횡포라는 말이 빈번할 정도로 각박한 요즈음, 더불어 살아가는 배려의 마음과 따뜻한 미덕이 느껴지는 이종락 목사를 <공공뉴스>가 만나봤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 베이비박스를 처음 설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들이 전신마비로 인해 병원 생활을 오래 했다. 그 병원에서 우리 아들과 똑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나에게 왔다. 처음에 원치 않았지만, 어떤 할머니가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해서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그 아이가 온 후로 우리 아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행복해했다. 힘들긴 하지만 내 아들이 행복해하니까 나 역시 행복해졌다. 이후 병원, 교회 등에서 소문이 나면서 한 두 아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7년 어느 추운 봄날 문 앞에 누가 아이를 데려다 놨더라. 그 아이를 안았을 때 이미 저체온이 와서 마치 죽은 아이를 안은 듯한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주위에 고양이 몇 마리가 어슬렁 거렸는데, 알고보니 아이가 담겨있던 박스가 생선 박스였다. ‘고양이들이 공격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니 ‘내 집 대문 앞에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쉽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두려움도 생겼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달용 철가방이나 나무상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 상황이었지만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게 됐다. 그래서 큰 용기를 얻었고 아이디어를 받기 위해 체코에 이메일을 계속 보냈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도움 없이 만들기 시작했고 2009년 12월 설치를 완료했다.

- 베이비박스 설치 이후 첫 아이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우리나라의 첫 베이비박스 존재가 알려진 후 2010년 3월 오후 2시20분께 첫 아이가 들어왔다. 베이박스를 막상 설치하고 난 후 ‘아이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 이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해주시되, 정말 베이비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만 문을 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들어오니 처음에는 뒤로 자빠질 정도로 너무 놀랐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안고 정말 많이 울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밖에서 계속 죽어나가는 아이들에 비해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은 안전하게 보호받는구나라는 안심을 하게 됐고, 오히려 위로가 됐다.

- 입양특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입양특례법은 악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법을 통해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 법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일반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면 축복받고 별 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상적인 가정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다르다. 이런 경우 10대 미성년자가 부모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아이들의 부양 능력과 여건이 어려워 상황 상 아이를 입양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입양특례법이 허가제로 바뀌고, 아이의 출생신고가 의무화 됐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입양을 갈 수 조차 없게 됐다.

예를 들어 10대 미성년자는 그들의 부모님 모르게 임신을 하고 낳았다고 해보자. 실제로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하혈을 하며 탯줄도 안 잘린 핏덩이를 데려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미성년자들은 아이를 입양보내기 위해 출생신고를 먼저 하고 입양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입양을 보낼 수 없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입양기관에 양가 부모님과 함께 가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아이 아빠는 사라졌고,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부모님을 데려올 상황도 되지 않을 뿐더러 입양자체가 현실 불가능하다.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결국 10대들의 아이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오게 되고, 입양은 꿈도 못 꾼 채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진 건물 전경

-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 전 후로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나.

입양특례법 전까지는 매달 평균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시행 후 10배 가까이 늘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가져다 놓는 사람 60% 이상이 10대 미혼모이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10대 미성년자들이 혼전 임신이나 성폭행 등으로 낳은 아이들이 많다. 당시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급증한 이유를 몰랐었고 그런 법이 시행된 줄도 몰랐다. 나중에 직원들이 말하기를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라는 안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찬반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이비박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기를 조장한다’라는 확신이 없다. 단지 ‘조장할 것이다’라는 추측만 가지고 있다. 실제로 아이들 유기를 조장한다는 근거도 없지 않냐. 생명을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유기이지만,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버리기 전에 생명을 살리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입양특례법이 유기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법을 만들고 시행하기 전에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경제적 문제 등을 먼저 해결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법을 도입했다. 이것은 기둥 없는 집을 만든 격이다. 혼외자나 성폭행, 불법체류자 등을 통해 출생된 아이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출생신고를 의무화 했기 때문에 유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아이들을 버릴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 ‘불법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다.

- 입양특례법 재개정에 대한 생각이 절실한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나.

프랑스의 경우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 국가였다. 그런데 출산익명제 이후 저출산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출산을 해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나라에서 모든 지원을 통해 키우고 책임진거다. 또 병원에서 출생 즉시 출생신고와 등록이 되는 나라도 있다. 이 아이들은 단독 호적이 되고 바로 입양을 갈 수 있다. 베이비박스 아이들은 출생신고가 안 되기 때문에 보육원으로 보내지게 되고 입양갈 수 없다. 출산익명제도 처럼 아이들의 입양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 달에 6~70명 정도가 입양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특례법 때문에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서 입양이 안 되고 있다. 입양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져서 다음에 입양할 기회가 있을 때 중국으로 가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입양 문화가 잘 개선되서 아이들이 양부모의 사랑을 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한국의 아이들이 외국으로 입양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그래서 해외 입양은 막되 국내 입양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다만 국내에서 입양이 잘 되지 않는 장애아 같은 경우, 외국에 입양을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들도 행복할 수 있고, 부모를 만날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결국 시설로 가서 생활해야 한다면, 외국으로 보내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원한다.

- 그렇다면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아이들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나.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저출산 국가로 꼽히며 출산 장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미혼모 아이들에게는 차별을 두는가?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지만 미혼모 아이들은 멸시받고 무시받는다.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고 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후에 다시 찾아간 경우가 140명이 넘는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아이들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 상담을 통해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미혼모를 만나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아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베이박스까지 데려 온 것을 칭찬해준다. 거기까지가 우리 사회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그 이후에는 성에 대한 가치관과 책임감, 의무감 등을 다시 새길 수 있도록 성교육을 실시하고, 치유의 시간도 갖게 한다. 10대 미혼모들은 거의 다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자살과 같은 굉장히 극단적이고 무서운 생각을 많이 한다. 그 고통들을 해소시켜 주고, 아이를 다시 키우고 싶고 키울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런 식으로 여러가구의 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다. 출생신고를 해오면 일정 기간동안 키워준다고 약속하고 무료로 키워주고 있는 거다.

아울러 미혼모 일시 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달 정도 기간을 두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부나 자격증 등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 단체를 통해 지원해 줄 계획이다. 우리의 보호를 받고 있는 동안은 마음의 상처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해줄 거다.

또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이들은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구청에 신고가 되고 이후 아이를 데려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보육원에 가게 된다. 미국, 서유럽 등 외국에서는 아이가 부모와 이별을 하게 되면 모든 행정이 아이에게로 모인다. 이미 상처받은 아이들을 정부에서 보호하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불행하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영아 일시 보호소를 만들어서 6개월 동안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생각이다.

베이비박스

-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베이비박스를 택했거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 어떤 경우든 나로 인해서 한 생명이 태어났다면 아버지, 어머니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말 행복하기 위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양심이 있기 때문에 더 가책을 느끼게 될 테니...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아이를 품고 있으면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다. 아이를 포기하고 홀로 우는 눈물과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우는 눈물 중 어떤 게 더 가치 있는 눈물이라고 생각하나? 전자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눈물이다. 그래서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거다. 눈물로 씨를 뿌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쁨을 거두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끝까지 아이를 지켜라. 포기하기 말아라’는 말을 정말 해주고 싶다. 진짜 어렵고 힘들 때에는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살 길이 열린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좌절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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