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아들 마약 사건으로 ‘자강파’ 연이은 악재..한국당과 통합 가능성 촉각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바른정당이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혐의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오는 11월 13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겨우 수습한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 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여성 선출직 대표로 당선되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 안팎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 7일 사퇴했다.

이로 인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던 바른정당은 큰 내상을 입었다.

남 지사는 재선이 유력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바른정당에서 내세운 가장 강력한 광역단체장 후보였다.

바른정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남 지사를 내세워 자유한국당 혹은 국민의당과도 후보 단일화를 꾀하는 계획까지 세울 정도로 남 지사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컸다.

그런데 남 지사의 장남 남모(26)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남 지사의 정치인생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관측이다.

지난 17일 필로폰 투약 현행법으로 경찰에 체포된 남 지사의 장남은 지난 2014년에도 군 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8월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논란이 됐다.

그러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마약 범죄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되면서 국민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

경찰은 남씨에게 지난 1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씨가 밀반입 사실을 밝힌 만큼 중형 구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 밀반입은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부터 시작한다. 반면 마약류를 소지·투약은 징역 1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남 남모(26)씨의 필로폰 투약과 관련해 독일 출장 중 조기 입국한 남경필 경기지사가 19일 수원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 지사는 전날까지 출장차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었지만 장남의 소식을 듣고 19일 급거 귀국했다.

남 지사는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면서 “도지사로서 경기도민들과 국민들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또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향후 정치적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차후 말씀 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벌써부터 바른정당이나 경기도청 홈페이지에는 남 지사를 향해 당장 지사직에서 내려오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가족 문제 때문에 정치적 꿈을 접은 정치인들이 많았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은 남 지사에게는 정치적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내년 지사 재선 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남 지사의 정치적 타격으로 인해 바른정당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바른정당은 이 전 대표에 이어 남 지사 아들 문제 등으로 인해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바른정당은 그동안 자유한국당에 비해 그나마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 그 이미지도 사라지게 된 형국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바른정당 내에 이제 남은 자강론자는 유승민 의원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나 남 지사는 대표적인 자강론자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일련의 사건들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면서 이제 남은 자강론자는 유 의원 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른정당 통합론자가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오는 11월 13일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과 통합론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지원군이 사라졌기 때문에 유 의원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에 이어 남 지사 장남의 마약 투약 사건까지 바른정당에 악재가 겹친 가운데, ‘자강파’로 분류된 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결국 바른정당이 요동친다는 이야기고, 만약 통합론자가 당권을 쥐게 된다면 정기국회 내에서 정계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바른정당은 빠른 속도로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결국 남 지사 아들의 마약 투약 혐의가 정계개편까지 불러오게 만드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으로서는 이제 선택할 카드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때문에 곧 정계개편의 계절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정치권은 바른정당 자강파의 잇단 악재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등 정계개편의 방아쇠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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