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사태 책임 차원 1000억원 출연 약속..3년 만에 이행 계획 구체화로 구설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LS그룹이 과거 ‘원전 비리’ 사태에 대한 책임 차원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원전안전기금을 올해부터 내놓기로 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13년 발생한 원전 비리 사태와 관련, 1000억원의 원전기금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최근까지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LS그룹과 구 회장에 대한 불신만 커져갔던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LS그룹이 원전기금 출연 이행 계획을 밝힌 시점이 구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직후라는 점에서 뒷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감을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면피성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10일 LS전선 등에 따르면, LS전선은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에 매년 50억원 이상의 원전안전기금 출연 계획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LS전선은 해당 공문을 통해 최대 10년 이내, 총 1000억원 규모의 원전안전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공문을 받고 구 회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했고, 김 의원은 철회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S그룹은 지난 2013년 국고에 수조 원의 피해를 준 원전 납품 비리에 연루됐다. LS그룹은 자회사인 JS전선의 원전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 혐의가 드러나자 2014년 1월 JS전선 사업을 정리하고 원전 안전과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하고자 지원금 10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구 회장은 2013년 말 그룹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현재 이토록 참담하고 부끄러운 날은 없을 것”이라며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과 담합 등으로 국민과 정부 당국에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임직원 모두가 유구무언의 심정으로 통렬히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과 정부 및 관계기관에 큰 죄를 지었고, 임직원 여러분게 실망과 오명을 남겼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다해 갚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3년이 넘게 기금 출연이 지지부진하자 구 회장은 ‘말 뿐인 약속’이라는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LS전선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 “원전 기금을 출연하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고, 관계기관과 입장 차이가 있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새 정부의 첫 국감을 앞두고 이 의원 등도 LS그룹을 예의주시 하기 시작, 구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구 회장의 이름이 국감 증인 신청 명단에 오른지 불과 며칠 만에 LS그룹은 1000억원 출연 계획을 다시 공식화하면서 그룹 총수가 국감 증언대에 서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LS그룹이 기금 출연 계획을 밝힌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감과 여론을 의식한 면피용 행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출연 움직임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LS그룹을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원전 비리가 터진 당시에도 구 회장이 직접 나서서 ‘1000억원 출연’을 내걸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것처럼 이번 역시 과거 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LS전선 관계자는 구 회장과 국감 증인 신청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감 시즌과 기금 출연 계획의) 시기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며 “2015년 5월 법 개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전에 기금을 출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구 회장이 국감 증인 명단에 오르내리는 시점에서 LS전선이 발표한 이번 ‘1000억원 출연’ 계획이 지켜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 회장은 3년 전 회사로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대국민 사과와 함께 1000억원의 원전기금 출연 계획을 약속하며 당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자 그 약속은 이행조차 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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