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KB금융그룹이 윤종규 단일화 체제에서 3년 만에 행장직 분리경영으로 전환시키며 전문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1일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KB국민은행 영업그룹대표(부행장)를 내정했다.

우선, 허 내정자에겐 KB노조와의 갈등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주회장과의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선택과 판단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현장 업무 경험 풍부..인사와 기획 등 은행 핵심 직무에 능통

12일 국민은행은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허 내정자에 대한 심층면접 및 검증을 실시한 가운데 오는 16일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에서 허 내정자를 차기 행장으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허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KB국민은행에서 영업그룹대표(부행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역임 등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전략, 재무, 여신심사, 기업금융, 영업, IT 등)에 대한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현장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인사와 기획 등 은행 핵심 직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내정자가 주총을 거쳐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2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임기 시작은 윤 회장과 동일하게 내달 21일부터 시작한다.

임기 개시일 전까지는 내정자 신분으로 회장·은행장 겸직체제의 조직 분리, 향후 경영전략 방향 설정 및 조직체계 정비를 위한 구상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위원회 측은 “임기 시작일을 맞춘 것은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허 내정자가 “고객, 시장, 영업 현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고 임직원을 응집시킬 수 있는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한 강점이 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어 “풍부한 업무 경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변화혁신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다”며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호흡을 함께하면서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로서의 지위 강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빚은 이른바 ‘KB사태’를 겪은 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행장을 겸임해왔다.

◆KB노조와의 갈등 해결 시급한 과제로..‘지배구조 안정화’ 관건

하지만 허 내정자에게 놓여있는 현실은 녹록치않다. 당장 KB노조와의 갈등 해결이라는 무거운 짐이 놓여진 가운데 지주회장과의 시너지를 통해 지배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회장과 행장이 갈등을 빚은 이른바 ‘KB사태’를 겪은 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행장을 겸임해왔었다. 당시 KB 내 최우선 과제는 바로 ‘지배구조의 안정’이었다.

이번 행장직 분리는 3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과 마음을 맞추면서 KB사태를 재현하지 않을 인물로 허 내정자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따라서 금융권은 KB금융과 국민은행을 각각 이끌면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 이전의 경영방침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영업점개편 등의 경영전략에 대해 묻자 “(이 자리에서) 특별한 것은 말하기는 힘들다”라며 “다음에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허 내정자는 “미래 은행의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국 은행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에 충실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최근 고조된 노사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회장에 이어 행장까지 날치기로 선임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

전날 국민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회장 선임 절차와 마찬가지로 은행장 선임 역시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치러졌을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허인 부행장은 그룹대표 총 15명 중 13등이라는 성적을 받았다”고 허 내정자의 은행장 내정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향후 회장과 행장 선임을 반대하기 위한 시위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허 내정자가 이에 대해 과연 어떤 선택과 행동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56세 ‘젊은 피’의 등장..부행장단 대거 교체 등 세대교체 예고

한편, 허 내정자가 98년 국민은행에 흡수 합병된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라는 점과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60년대 생인 56세 ‘젊은 피’라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향후 KB국민은행의 조직 혁신이 단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허 내정자는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은 1959년생 김도진 기업은행장보다 두 살 아래로 알려졌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리딩뱅크’를 놓고 신한은행과 맞불을 놓고 있다. 3분 실적은 KB가 앞설 것으로 예상되나 역시 그 격차는 크지 않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허 부행장을 내정한 배경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 등 트랜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비전과 변화혁신 리더십, 원(One) KB 등의 가치를 공고히 하고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리딩뱅크 지위 강화를 견인할 적임자라는 점 등 여러 측면을 종합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허 내정자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게 사실.

아울러 KB금융에 불어닥칠 ‘인사태풍’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13개 계열사 대표들과 지주 임원·은행 임원들은 내달 주총에 앞서 윤 회장과 허 내정자에게 재신임을 묻는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여기에 부행장 7명이 일제히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 12월31일이면 국민은행 임원 중 이홍 경영지원그룹 부행장, 허정수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오평섭 고객전략그룹 부행장, 박정림 WM(자산관리)그룹 부행장, 전귀상 CIB(기업투자금융)그룹 부행장, 이용덕 여신그룹 부행장, 김기헌 IT그룹 부행장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부행장뿐 아니라 임원 가운데 전무 5명, 상무 1명 또한 연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업계는 은행의 부행장단이 대거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허 내정자가 젊은 피인 만큼 40대 간부들의 임원발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권 2기를 맞이한 윤 회장이 4차 산업혁명 등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인물을 대거 등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윤 회장의 경영 철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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