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영화 남한산성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때마침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면서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이란 역사적 아픔이 오늘의 현실을 이해하는 사례로 곧잘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대국 명나라와 신흥 강국 청나라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졌던 약소국 조선의 신세가 중미 패권경쟁과 북핵 문제 사이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현실과 비슷한 까닭이다.

역사는 분명 오늘을 보는 거울이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이 실제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을 이해하는데 있어 역사의 과도한 사용은 잘못된 분석과 예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역사 속에서 아픈 기억을 많이 가진 나라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피해의식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나라는 주변국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과 두려움에 함몰되어 역동하는 국제정세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나라들은 주변국에 사소한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오판함으로써 안보적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거나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자포자기 하곤 한다.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대한민국과 조선은 비교 불가능한 국가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의 피해를 미처 다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고 광해군과 인조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 때문에 어느 때보다 국가가 피폐하고 약소해진 상태였다.

오늘날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어엿한 중견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또한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을 정치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쉽게 굴복시킬 수 없다.

영화 남한산성은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국제 정세의 변동에 따라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에서 조선과 대한민국은 분명 다르다.

삼전도의 굴육이란 가슴아픈 민족사가 안겨주는 비감에 빠져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피해의식으로 자칫 오늘의 국제정세를 잘못 판단하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는 역사라는 거울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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