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노조·시민단체 사퇴 압박..하이투자증권 인수 계획 차질 불가피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3일 경찰에 출석한 가운데, DGB금융이 내우외환에 빠진 모습이다.

올해 직원 성희롱 파문부터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DGB금융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련의 논란 속에서도 박 회장은 “자진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만큼 향후 거취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48분께 대구지방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상품권을 사고 되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을 통해 수십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자금 사용처를 묻자 박 회장은 “경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3월부터 최근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다.

이날 경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정치자금 지원 등 여부에 대해 추궁할 전망이다.

경찰은 대구은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는 은행 간부 5명이 도움을 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박 행장 외 다른 간부들은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은행은 올해 직원 성희롱 파문부터 수장의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

금융권에서는 신뢰도가 생명인 만큼 대구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도덕성에 흠집이 생긴 박 회장의 책임있는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박 회장 및 관련 임원들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박 회장의 기소가 결정되는 즉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박 회장 등의 퇴진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8월21일 을지연습 상황보고회에서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각종 의혹이 있다면 경찰 조사도 성실히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이 제대로 그룹을 이끌지 못하면서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박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증권사 인수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 회장은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인수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오는 2020년까지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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