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전환·누락 세금 납부 없이 4조4000억원 인출..금융위 특혜 의혹까지 ‘솔솔’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민과의 세금 납부와 사재 출연 등 국민과의 약속에 등을 돌려 비난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특검으로 밝혀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과 누락된 세금 납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현재, 차명계좌 실명 전환은 물론 세금 납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4조4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대부분 찾아갔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

이 회장은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삼성의 내외부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 같은 약속을 했지만, 결국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2008년 조준웅 특검시 차명계좌 실명전환 실태자료’에 따르면,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이 회장 차명계좌는 실명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대부분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64건의 은행계좌의 실명 전환율은 1.9%에 불과했다. 64개 가운데 단 1개만 실명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63개 계좌는 실명전환도 하지 않고 모두 계약해지 혹은 만기해지 됐다.

심지어 957개 증권계좌는 단 한 건도 실명 전환되지 않은 채 모두 전액 출금된 상태다. 이 가운데 646개는 계좌가 폐쇄됐고, 현재 311개 계좌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잔고가 없거나 고객 예탁금 이용료 등이 입금돼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17일 당시 조준웅 삼성 특검은 486명의 명의로 1199개의 차명계좌에 약 4조5373억원 상당의 이건희 차명재산이 예치돼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모두 이 회장 실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후 남은 돈을 이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주식과 예금 약 4조4000억원을 이 회장이 찾아간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까지 이 회장의 사재 출연은 단 한 푼도 없었다.

박 의원은 “‘차명계좌는 비실명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에 따른 실명전환 적용 대상인지에 대한 박 의원의 질의와 관련“차명거래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이라도, 그 명의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실명(주민등록표상 명의)이라면 이는 기존 비실명자산에 속하지 않아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제3조에서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고,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기관은 실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이건희 차명 계좌에 있던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지급·상환·환급·환매 등을 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차명계좌에 있던 비실명재산을 모두 지급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1997년 4월17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판결에서 대법권 2명이 보충의견으로 내놓은 것을 금융위는 근거로 하고 있다”며 “보충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1998년 8월21일 ‘차명계좌는 당연히 실명전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이 판결문은 금융위가 2008년에 발간한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 실려 있어 금융위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 1997년 대법원의 판결을 바탕으로 한 유권해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결국 삼성은 대국민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고 금융위는 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징수하지 못한 과징금과 이자 및 배당소득세를 추징해 경제정의와 공평과세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십 년간 차명계좌를 유지해 이자 및 배당소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과징금과 소득세를 수조원까지 추징할 수 있다”면서 “아직 10년 시효가 살아있는 만큼 금융위도 금융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추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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