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운항 노선 독과점 우려에 美 항공사들도 제동..승인 여부 사실상 무기 연장 관측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난감한 상황에 처한 모습이다.

조인트벤처 추진 초기부터 항공업계의 큰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한·미 운항 노선 독과점 논란과 미국 항공사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운영인가 승인이 안갯속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현행법 상 해당 업무 처리 기한은 업무일 기준 60일이다. 때문에 이달 중순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토교통부가 승인 여부 검토를 공정위로 넘기면서 사실상 승인 시기는 무기한 연장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 17년 공들인 조인트벤처 설립 초읽기

18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6월23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월셔그랜드센터에서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 정식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양사는 태평양 노선에서 공동운항 확대, 공동 판매 및 마케팅 확대, 핵심 허브 공항에서의 시설 재배치 및 공유를 통해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인트벤처는 조 회장이 주도한 스카이팀이 모태가 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00년 델타항공에 직접 동맹체 제의를 했고, 당시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4개사가 참여하는 스카이팀이 창설됐다.

특히 추진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지만, 조 회장의 인맥과 항공분야에 대한 폭넓은 식견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양사는 정식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조 회장이 스카이팀을 만든 지 17년 만에 조인트벤처 설립을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부처의 승인만 남겨뒀다.

조인트벤처는 서로 다른 2개 법인이 특정 노선에서 같은 회사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독점 우려가 있다. 미국은 반독점법, 한국은 공정거래법으로 담합을 금지하고 있어 조인트벤처 설립 전 항공 당국 허가가 필요하다.

최근 국토부는 조인트벤처의 독과점 형성 가능성을 놓고 공정위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

◆정부부처 승인 남겨두고 독과점 논란·업계 반발 ‘암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호놀룰루, LA, 댈러스, 시카코, 뉴욕, 시애틀, 애틀란타, 워싱턴, 휴스턴, 라스베이거스, 디트로이트 등 12개의 미 태평양 노선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LA, 시카코, 뉴욕, 시애틀, 애틀란타, 워싱턴, 디트로이트, 라스베이거스, 휴스턴 등 9개 노선은 점유율 50% 이상인 독과점 노선이다.

지난 6월 기준,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점유율은 49.7%, 델타항공은 10.9%다.

조인트벤처가 설립될 경우 양사는 한국-미주간 미주노선 점유율이 60%에 달해 업계에서는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편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대한항공-델타항공의 가격 조정 등을 통해 미주노선 경쟁 활성화를 저해해 소비자들의 피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견 항공사들까지 미국 항공 당국에 진정서까지 제출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 항공 당국이 지난해 12월 콴타스-아메리칸항공 조인트벤처 설립을 불허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대한항공-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설립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당시 미국 교통부는 “미국-호주 노선은 국제 교통 흐름에서 고립돼 있는데, 콴타스항공-아메리칸항공 조인트벤처는 점유율의 60%를 점유한다”며 운영 승인을 불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의견을 조율 중으로 (조인트벤처 승인) 결정 시기는 아직 모른다”면서 “이미 해외 항공사들도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있는 만큼 잘 마무리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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