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성심병원 일부 간호사들이 재단 체육대회에서 노출 의상을 입은 채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병원 측의 임금체불 문제까지 더해져 간호사들에 대한 병원의 갑질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12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따르면, 성심병원에서 매년 행해지는 체육대회에서 간호사들은 짧은 치마 또는 바지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글 게시자는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 장기자랑 시키고 야한 옷에 섹시한 표정 지으라는 등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병원의 구성원 중에서 간호사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기 때문에 성심병원에서는 각종 행사에 당연하게 간호사를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육대회에서의 장기자랑에서 간호사들은 짧은 치마 또는 바지, 나시를 입고 춤을 춘다”면서 “장기자랑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은 거의 신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글쓴이는 “간호사를 보호해주어야하는 간호부장님들 조차도 장기자랑에서의 복장에 대해서는 신경써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기자랑에 참여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들은 한달 동안 연습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새벽 6시반부터 출근해 오후 3~4시까지 일과를 마친 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필수로 참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또한 “나이트 근무 13시간 이상씩 무조건 하는데 나이트수당 4만2000원이다”라고도 토로했다.

글쓴이는 이 같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한뼘 수준의 초밀착 핫팬츠와 탱크톱 등 노출이 과한 의상을 입은 여러 명의 여성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5개를 운영하는 일송학원은 매년 10월 재단 행사인 ‘일송가족의 날’을 열고, 재단 산하의 병원에 소속된 관계자 수백 명은 이날 다 함께 모여 체육대회에 참가한다.

그런데 성심병원 일부 간호사들이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도 추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것.

여기에 연습 과정에서 간호부 관리자급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유혹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되는 지’까지 지시를 받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병원은 임신 중인 간호사들에게 야근근무 동의서를 강제로 받고, 만약 유산이 되더라도 ‘간호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한 것으로 나타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와 관련, 김숙영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항의를 하고는 싶고 다들 하기는 싫었지만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을 것”이라며 “특히 저연차의 직원들은 고연차 직원들이 ‘너희들이 해야 되지 않냐’라고 하면 거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상급자들에게 찍히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니까 ‘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요즘에 나오는 걸그룹에 준하는 복장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행사들이 이루어진 것 같다”며 “저도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너무 치욕스러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성심병원은 최근 200억원대 임금체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달 21일 JTBC는 강동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임금체불이 있었다는 고용노동부 수사 자료를 보도했다.

JTBC에 따르면, 강동성심병원 측은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직원 조회’ 등 이유로 근로계약서상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도록 했고, 여기에 대한 추가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노동부 조사 결과 강동성심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체불한 임금이 24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전·현직 직원은 1000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성심병원 체불임금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 지난달 16일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당시 병원 측은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며 “시간 외 수당 미지급금도 62억원 정도로 이 부분은 이미 지급을 완료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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