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따라 농협금융 신뢰도 타격 불가피..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향후 거취가 안갯속이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 사정 바람이 불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된 상황.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에 연루된 김 회장이 관련 의혹을 딛고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 모습은 이 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감원 채용비리 연루..임기 완주 가능할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중구 농협금융지주 본점의 김 회장 집무실과 자택, 수출입은행 본사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앞서 감사원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임의로 채용기준을 변경하거나 계획보다 채용인원을 늘리는 등 방법으로 다수의 부적격자를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문종 금감원 총무국장은 2015년 9월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이 실시된 후 김 회장으로부터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담당자에게 확인했다.

‘아슬아슬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은 이 국장은 채용 예정 인원수를 늘리라고 지시했고, 이 덕에 김 부행장 아들은 추가로 합격할 수 있었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은 채용인원일 추가할만한 사정이 없었는데도 불구, 별다른 확인 없이 이를 허용했다. 또 서태종 당시 수석부원장도 확인 없이 이를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은행권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한 금융관료 출신이다. 행시 출신에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번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금감원 임직원들은 모두 김 회장의 금융관료 후배들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까지 금감원 수석부행장을 지냈고, 2011~2014년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첫 임기를 시작으로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농협지주를 이끌어오고 있다.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김 회장은 현재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사정당국의 금융권 채용비리를 둘러싼 압박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남은 임기 완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감원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검찰이 김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김 회장을 ‘참고인’이라고 강조했지만, 금감원과 농협금융, 수출입은행의 고위 간부들이 비리 사건에 연루된 정황으로 미뤄볼 때 뇌물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부터 ‘다스’까지..신뢰도 추락 불가피

김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수출입은행장 당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금융권을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최수현 전 금감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다이어리에는 성 전 회장이 정무위원 시절이던 2013년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김 회장을 몇 차례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김 회장은 성 전 회장이 지난 2000년 설립한 충청권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 멤버다.

당시 수출입은행이 경남기업에 빌려준 돈은 521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에서도 가장 많았다. 이중 대출채권이 2172억원이고, 나머지 3000여억원은 이행성보증이다.

특히 김 회장 재임 시절인 2013년에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이 600억~700억원 가량 급증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자 김 회장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취업 가능’ 결론을 내렸다.

김 회장은 당시 의혹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을 만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권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인 ‘다스(DAS)'에 수백억원대의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논란이 중심에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0년 다스를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고 2013년 155억원, 2014년 240억원을 저리로 무더기 대출해줬다.

히든챔피언은 수출입은행이 세계시장지배력을 갖춘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도입한 제도. 수출액 3억달러 이상, 세계시장 점유율 기준 5위 이내거나 매출액 1조원 이상에 수출 비중 50% 이상인 글로벌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2010년 히든챔피언 심사 당시 다스는 선정위원회에 부의된 43개사의 1·2차 정량평가 점수에서 60.7로 꼴찌였지만, 히든챔피언 운영위원회 최종결정에서는 35개 히든챔피언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수출입은행은 이명박 정권의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개발 등 자원외교활동 등에 동원되면서 막대한 자금을 사용해오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하자 수출입은행은 10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 측 “향후 거취는 참고인 조사 결과 따라”

이처럼 김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결국 그의 연임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게다가 김 회장의 소환도 임박했다는 시각도 나오면서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김 회장 본인은 물론, 농협금융의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그랬듯 김 회장도 불거진 의혹들과 관련해 직접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NH농협금융지주 홍보실 관계자는 “아직 (김 회장의) 임기가 남아있고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면서 “(향후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참고인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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