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4일 사장단 및 자회사 대표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정 전무는 지난해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에 내정됐다.

이번 인사에 따라 향후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 안광현 대표와 정기선 대표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정기선 부사장 초고속 승진..CEO로 경영능력 검증

정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함께 그룹 계열사 CEO를 맡게 되면서 경영 전면에 전격 배치됐다.

1982년생인 정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2009년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2013년까지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경영 관련 업무를 맡아 근무했다. 그해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한 후 이듬해 상무로, 또 1년 뒤에는 전무로 고속 승진했다.

정 부사장은 지금까지 현대중공업 기획실 부실장, 중앙기술원 부원장 및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부문장을 두루 거쳤다. ‘안살림’인 기획·재무와 ‘바깥살림’인 영업을 모두 경험하며 회사 전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정 부사장은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와의 합작 조선소 설립하고, 사우디 선사 바흐리와의 스마트십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 등 크고작은 계약을 체결하는 업적도 남겼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에는 대한해운과의 1848억원 규모의 선박건조계약 체결에도 직접 나서는 등 주요 선박 수주계약에도 직접 참석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정 부사장은 승진과 함께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내정, 처음으로 CEO로서 회사를 이끌게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했다. 조선과 해양플랜트의 유·무상 정비와 부품 교체, 수리, 개조 등의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 대표인 안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정 부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를 맡는다. 정 부사장이 만 34세의 젊은 나이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 역할 수행은 물론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미래 핵심사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향후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길선 자문역,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

◆‘세대교체’ 사장단 인사..최길선·권오갑 퇴진

정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을 이끌어왔던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은 조선업에서 손을 뗀다. 최 회장은 자문역으로, 권 부회장은 지주 대표로 각각 중공업을 떠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강환구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다. 이는 조선사업 관련 모든 권한과 책임이 강 사장에게 집중된다는 의미다.

강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생산과 설계, 안전, 노사관리 등 내부 경영에 전담해왔다. 이번에 단독 대표로 올라서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대중공업 자구계획 이행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문역으로 위촉된 최 회장은 197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40여년 간 조선소 현장을 지켜온 조선업의 산증인이다. 입사 12년만인 1984년 상무로 승진해 현대삼호중공업 전신인 한라중공업 사장과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역임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나, 2014년 조선업 위기극복을 위해 다시 회장으로 복귀했다.

최 회장은 “아직 회사가 완전히 정상화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후배들의 힘으로 충분히 현대중공업이 재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용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인사에서는 그룹 계열사 대표들의 승진도 함께 이뤄졌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세대교체다.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를 50대가 맡았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인사를 통해 50대 사장 체제를 갖췄다.

주영걸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대표,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는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에는 강철호 현대건설기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현대E&T의 새 대표는 심왕보 상무, 현대중공업모스에는 정명림 전무가 각각 전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해 새 대표로 내정됐다. 현대힘스 대표에는 오세광 현대중공업 상무가 내정됐다. 이들은 각각 주총을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重 ‘오너 3세’ 경영승계 가시화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사업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과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을 통해 추진해 온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는 향후 경영승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며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했다. 당시 주식 교환으로 현대로보틱스의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을 각각 27.84%, 27.64%, 24.13%로 끌어올렸다.

대주주인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의 분율도 기존 10.2%에서 25.8%로 높아져 배기반이 더욱 탄탄해졌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지주회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정비가 완료된 만큼 향후 정 전무의 그룹 지배력 강화 작업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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