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적폐청산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이제 매서운 칼끝이 향한 곳은 바로 기업들의 ‘공익재단’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은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재단은 재벌들의 상속 및 증여세 회피수단으로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며 사실상 공익재단의 순수한 목적은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부당이득을 취하는 통로 역할로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 재단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공공뉴스>는 문화예술, 장학, 사회복지 사업 등 기업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투명하게 실천해야 할 대한민국 기업의 공익재단 현주소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지난 6월1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7년 호암상 시상식'에서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등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익사업에 대한 연간 사업비로 매년 100억원 가량을 지출하면서 문화·예술, 장학, 교육, 사회복지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부터 장학 사업까지 두루 전개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나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래 지난 50여년간 문화예술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갈등과 병리 현상을 해소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 하에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해왔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미술과 리움(Leeum)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미술관과 교류 및 협력을 토해 미술사업의 전문화, 국제화를 선도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전통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인재를 양성, 우리 문화의 발전과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젊은 리더를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체계적인 사회공익사업을 수행하고자 1982년 5월 ‘동방사회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당시 재단을 설립한 주체는 동방생명보험(현 삼성생명보험)이다.

동방사회복지재단은 1983년 종합병원 사업자 허가를 받았고, 이후 1991년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같은 해 양정삼성어린이집을 개원하면서 보육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4년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병원’을 이념으로 한 삼성서울병원을 개원,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의료문화 정착을 위해 현재까지 앞장서고 있다.

또한 2001년에는 핵가족화 및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노후 보장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를 행복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사업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실버 타운 삼성 블카운티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삼성노블카운티는 시니어타운, 요양센터, 의료센터, 문화/뇌건강센터, 스포츠센터, 유아체능단, 기타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특강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울러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여성의 권익, 지위 향상 및 사회공익에 기여한 여성 ▲학술, 예술 등 전문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여성 ▲효행 실천과 효 문화 확산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해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을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는 1975년 제정한 ‘삼성효행상’과 2001년 제정한 ‘비추미여성대상’을 계승한 것이다.

이밖에 미래 꿈나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체적의 발달 환경을 제공하는 삼성어린이집 운영도 지원하고 있으며,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를 통해 교육 문화 사업의 범위를 계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1989년 설립되 삼성복지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삼성어린이집을 건립해 운영지원 중이다.

2012년부터는 삼성드림클래스 운영을 통해 교육 환경이 열악한 중학생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사고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삼성드림클래스는 삼성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인재 제일’에 의거하고 있으며, 미래 인재가 될 중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사회복지 프로그램 사업비 지원사업인 ‘작은나눔 큰사랑’도 진행하고 있다. 1991년부터 민간 사회복지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현장의 실질적인 지원과 편의성, 효율적 선정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선정 방식과 양식 등에 대한 기준을 개선하고 사회복지 기관 및 실무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복지보다 총수일가 이윤 추구가 먼저?

하지만 ‘복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들 재단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운영해 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삼성그룹 공익재단 가운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인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다른 재단에 비해 목적사업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서류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의 지난해 목적사업비 지출액은 96억원으로 총 수입액(797억원)의 12.1%였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는 125억원으로 총수입액( 1조4170억원)의 0.88%에 그쳤다.

삼성복지재단(80.6%), 호암재단(72.7%),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55.5%) 등의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높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전자(0.03%), 삼성물산(0.60%), 삼성생명(4.68%), 삼성화재(3.06%), 삼성SDI(0.5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1.05%, 2.18% 확보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도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각각 0.07%, 0.04%를 삼성SDI가 0.25%를 보유 중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던 삼성생명의 지분 6.86%를 확보하고 있다. 공익재단을 매개로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두 재단은 지난 2015년 이 회장으로부터 이 부회장에게 넘어갔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총수일가가 대물림하는 것은 두 재단이 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장학사업-드림클래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자료=삼성재단>

◆“구태와 단절하는 길은 공익재단 보유 삼성물산 지분을 즉각 처분하는 것”

반면, 삼성복지재단·호암재단 등 다른 재단의 이사장은 총수일가가 맡고 있지 않다.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를 매입했다.

이로 인해 삼성재단의 이사장인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늘어나게 됐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익재단이 그룹의 사실상 지부회사인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지배권 승계를 위한 또 다른 편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삼성과 이 부회장이 구태와 단절하는 길은 삼성공익재단 보유 삼성물산 지분을 즉각 처분하는 것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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