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구더기 빼빼로(2010,'11,'13,'15년), 구더기 계란, 구더기 초콜릿..

얼핏보면 ‘구더기’가 무슨 회사의 주력 상품(?)이나 되는 것처럼 롯데와 구더기와의 인연은 꽤 깊은 듯 하다.

롯데에서 작정하고 구더기를 일부러 키우는 것도 아닐텐데 회사의 억울함 보다 소비자의 분통이 크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제과 가나초콜릿에서 살아있는 구더기가 나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 캡쳐>

내 돈 주고 산 음식에 벌레가 들어있는 것도 놀램과 짜증 반반으로 혈압오르는데 정작 회사 측에선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죄송하다, 똑같은 제품 보내주겠다”고 하면 상황 정리 완료.

소비자 입장에선 ‘나보고 구더기 나온 걸 또 먹으란 소리야? 너 같음 먹겠냐?’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르지만..화를 내봤자 결과는 뻔히 정해진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결국 회사에선 “제조과정서 생긴 게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지난 8월, 서울시내 한 롯데슈퍼 매장에서 판매한 계란에서 수십여마리의 구더기가 발견됐다.

당시 롯데슈퍼 측은 “계란 유통과정상 깨지는 경우가 있는데 날씨가 더워서 구더기가 생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근 롯데제과의 ‘가나초콜릿’에서 또 구더기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는 것.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제과 가나초콜릿에서 살아있는 구더기가 나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날 오후 2시께 집 앞 슈퍼에서 가나초콜릿과 껌을 샀고, 포장지 윗부분만 뜯은 뒤 초콜릿을 잘라 먹었다”며 “반 정도 먹고 포장지를 다 뜯었는데 꿈틀거리는 구더기와 구더기 사체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글과 함께 사진, 그리고 영상도 공개했다. 사진 등에는 초콜릿 위에 여러 마리의 구더기가 붙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문제는 역시 회사 측 대응이었다.

글쓴이는 구더기를 발견한 후 롯데제과 상담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본사 직원이 찾아왔지만 상담원이 밝힌 보상 내용과 직원의 말이 달라 화가 났다고 전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상담원은 사과와 함께 다른 상품과 병원비를 주겠다고 했지만, 본사 직원에게 병원 검사비 청구를 언급하자 이 직원은 ‘저희 제품 때문에 아프실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

글쓴이는 “정말 기가 막혔다. 구더기 있는 제품을 먹고 꼭 어디가 아파야 청구 받을 수 있는 건지”라며 “구더기 초콜릿을 본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음식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길 지경이다. 정신적 충격은 어떻게 할 건지”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015년 롯데제과 빼빼로 제품서 '구더기' 가 발견될 당시 게시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사진 캡쳐>

롯데제과 측은 가나초콜릿 구더기를 ‘화랑곡나방 애벌레’로 추정하고 있다. 화랑곡나방은 가정에서 흔히 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쌀벌레’라고도 불린다. 화랑곡나방은 쌀을 포함해 곡류와 견과류, 과자류, 라면 등 저장식품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해충이다.

특히 화랑곡나방 유충은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어 비닐은 물론 컵라면 플라스틱 용기도 뚫고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지 오래.

이런 이유로 롯데제과 측은 이번 가나초콜릿 구더기 역시 화랑곡나방 유충이 포장지를 뚫고 들어간 것으로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과정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롯데제과 홍보실 관계자는 <공공뉴스>와의 통화에서도 “(화랑곡나방 유충은) 모든 유통업체의 골칫거리”라면서 “포장재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제품들은 수거해 (제조상 문제인지 유통상 문제인지) 인과관계를 밝히고 있다”며 “보상은 규정안에 맞춰 새 제품이나 병원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앞서 롯데제과는 허쉬의 ‘아이스브레이커스’를 먹은 어린이가 해당 제품에 함유된 산 성분에 의해 혀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해당 제품이 신 맛을 내는 강한 산성 성분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안을 헐게 하거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음에도 소비자주의 문구 하나 없이 국내에 유통시킨 것에 대한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당시에도 롯데제과 측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유통 과정에서 (주의 문구를 넣는데) 시간이 걸린 것 뿐”이라며 역시 회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니, <공공뉴스>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롯데제과 측은 제품을 통해 상해를 입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롯데제과 측은 “사람들이 (아이스브레이커스를)얼마나 많이 먹는데..그 소비자가 입안 한 곳에 제품을 너무 오래 물고 있어서 (염증 등이)발생한 것”이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를 종합해볼 때, 구더기고 염증이고 결국 롯데제과의 책임은 1도 없다는 게 확실한 결론.

대한민국 1, 2위를 다투는 식품 제조유통 회사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회사 상품 구매에 투자하는 돈(?)에 비례했을 때, 도의적인 책임감만을 따지자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업계 관계자들조차도 결국 약자는 소비자일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이물질 관련 기관에 신고가 접수됐다 해도, 간단히 검사하는 정도로 끝나고 그 조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을 물을 대상이 불분명해지면서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많은 까닭이다.

그저 저런 제품들이 나에게 안 걸리기만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단 얘기다.

혹시 모르겠다. 뒷심(?) 좋은 소비자로 추정되는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님이 아이스브레이커스를 오래 물고 있다가 혀에 화상을 입으시던가, 혹은 신동빈 롯데 회장님 정도 되는 분이 구더기 가득한 가나초콜릿을 꼭꼭 씹어드셨을 땐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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