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M&A로 비은행 부문 사업 확대..KB손보 수장에 양종희 사장 배치
윤 회장, 시민단체로부터 ‘횡령·배임’ 혐의 고발..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나?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KB손해보험이 오히려 윤 회장 연임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한 모습이다.

윤 회장은 측근을 KB손보 사장에 앉히고 ‘비은행 부문’ 강화를 목소리를 계속 외쳐왔지만, 정작 KB손보로 인해 윤 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각종 악재를 몰고와 질긴 ‘악연’으로 얽히는 분위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KB손보 사장까지 교체..남다른 애착

KB금융은 지난 9월29일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3층에서 윤 회장과 지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9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윤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리딩금융그룹으로 다시 뛰어오르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회장은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KB금융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3.2% 증가했다. 비은행 부문이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3.8%로 증가했다.

윤 회장의 비은행 부문 사업에 대한 강한 애착은 KB손보 사장을 교체하는 것으로 일찌감치 드러났다.

앞서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말 측근으로 알려진 양종희 KB금융 부사장을 KB손보 사장에 내정했다.

윤 회장은 LIG손해보험이 KB금융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LIG손보 수장으로 있던 김병현 대표를 KB손보의 초대 대표이사·사장으로 낙점, 김 사장이 당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B손보 수장을 양 사장으로 교체했다.

양 사장은 KB금융 부사장 시절 재무, 경영관리, 인력자원(HR)을 총괄하고 윤 회장이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할 당시 경영관리부장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윤 회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증권부문의 성장을 꾀했던 윤 회장이 당시 미래에셋증권에게 가격 경쟁에서 밀려 패하자 비은행 사업 강화를 위해 KB손보 사장을 교체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시민단체, 윤 회장 ‘횡령·배임’ 혐의 고발..계열사간 성과급 갈등도

하지만 윤 회장이 애정을 쏟은 비은행 부문이 그의 연임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7월 LIG손보를 비싼 가격에 사들인 뒤 싼 가격에 매각하는 수법으로 윤 회장이 5451억원을 횡령·배임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31일 윤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를 고발인 조사한 데 이어 사흘만인 지난 3일 영등포경찰서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HR(인사) 본부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향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의 연임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또한 KB손보와 KB금융지주 사이에서는 유래 없는 고액 성과급 때문에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노조 측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하던 KB손보 측이 지난해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 성과급의 일종인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기본급의 300%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의 불씨를 키운 것.

KB금융 계열사 가운데 이 같은 성과급 지급이 전무했기 때문에 일부 계열사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나다는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을 대비해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은 오히려 윤 회장을 향한 비난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부분.

◆부작용 된 과감한 M&A..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까?

뿐만 아니라 윤 회장의 과감한 M&A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6월 LIG손보를 인수해 KB손보로 만들었다. 올해 7월에는 KB손보를 KB금융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은 KB손보에 대해 성과연봉제 확대에 나섰고, 계열사 편입 과정에서 발생된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또한 LIG손보에서 KB금융지주로 편입된 KB손보는 인수 과정에서 계열사 간 형평성 문제를 들며 ‘임금피크제 적용 지급률’을 축소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KB손보 노사 협상은 2년여간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KB손보에서 들려온 각종 잡음들로 윤 회장은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된 모습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회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KB손해보험 홍보실 관계자와 취재를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으로 정확한 답변을 듣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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