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 보강해 지진 대비하자”..내년 SOC 예산 삭감에 따른 증액 꼼수 지적도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올해 새해 예산안 처리에 있어 최대 변수는 지진 예산이 됐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면서 여야는 저마다 지진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나섰다.

여야는 17일 국회 재난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내진설계 강화 등 후속 입법과 지진 대응 예산 추가 확보를 한 목소리로 외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지진 관련 예산은 지난해 1163억원보다 215.4% 증가한 3669억원이다. 지진 관련 예산은 크게 ▲지진대비 인프라 구축 ▲지진 조기경보체계 구축 ▲내진 보강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내진 보강 예산이 287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지진대비 인프라 구축(501억원), 지진 조기경보체계 구축(289억원) 순이다.

내년 예산은 5029억원이다. 지진 조기경보체계 구축 예산은 105억원 줄어들었지만, 공공시설 내진 보강 4330억원, 지진대비 인프라구축은 515억원 증액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지진대비 인프라구축’ 예산을 143억원 늘리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안을 바탕으로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처럼 내년 지진 관련 예산이 증액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도 내진설계 보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진 보강을 해서 지진에 대비하자는 것. 때문에 이와 관련된 예산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삭감되자 내진 보강 예산 증액을 통해 이를 충당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 새해 예산안에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야당 의원들은 지역 SOC 예산 삭감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야당은 예산안 심사 때 SOC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사람 중심의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SOC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 지진이 일어나면서 SOC 예산을 대폭 증액시킬 빌미를 찾은 것이다.

때문에 여야 정치권 모두 새해 예산안에 내진보강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높인 것이다.

경북 포항시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지 사흘째인 1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서 지진으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져 있다. <사진=뉴시스>

SOC 예산 삭감을 주장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부담감 없는 증액이다.

민주당이 비록 SOC 예산 삭감을 주장했지만, SOC 예산 삭감은 곧 지역구 예산을 줄이는 일이다. 결국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런데 내진 보강 예산 증액을 통해 SOC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게 되면서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명분과 실리를 얻게 된 셈이 됐다.

한편,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는 49건가량의 지진 피해 대책 및 예방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이중 10건의 법안만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는 특히 내진설계 강화 단층 조사 등 핵심 내용이 담긴 지질단층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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