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 ‘참사 1315일’ 미수습자 5명 발인 엄수..추모 물결과 책임 안은 정치권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가슴에 묻겠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을 떠났다. 세월호 선체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3년여의 수색에도 단원고등학교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의 유해는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렸지만, 이제는 이들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1315일 만인 20일 미수습자들의 발인을 끝으로 장례식은 마무리된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진실 규명밖에 없다.

세월호 미수습자 5명(단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의 합동 추모식이 지난 18일 목포신항만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 마지막 장례식..“잊지 않겠습니다”

미수습자 5명은 이날 오전 6시 발인을 하고 수원연화장 등을 거친 뒤 안치된다. 남현철, 박영인 군과 양승진 교사는 단원고 희생자들이 있는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권재근·혁규 부자는 인천가족공원에 마련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봉안된다.

유해가 담기지 못한 관은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유품들로 대신 채워졌다. 양승진 교사는 수색과정에서 유품이 발견되지 않아 생전에 사용하던 물품과 고인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 등이 관에 담겼다.

이날 발인식에는 고인들의 제자와 동료, 친구들이 참석해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과 4·16 가족협의회도 새벽부터 나와 유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세월호에는 모두 476명이 탑승했고, 이 가운데 299명은 별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선체를 인양한 뒤 수색을 진행 중이다. 현장수습본부는 지난 18일까지 핸드폰 등 유류품 6766점을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조은화, 허다윤 양, 이영숙씨, 고창석 교사 등 미수습자 4명의 유해도 찾았다. 조은화, 허다윤양은 지난달 25일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이영숙씨는 지난달 15일 인천가족공원의 세월호 일반인희생자추모관, 고창석 교사는 지난 13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전라남도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루하루 수색이 끝나갈 때마다 우리도 가족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희망보다 영원히 가족을 못 찾을 수 있다는 공포와 고통이 점점 커져만 갔다”며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자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선체조사 과정에서라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시기 바란다”면서 “앞으로의 모든 일들은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의 몫으로 남겨두고 떠나겠다”고 작별을 고했다.

그러면서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규명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2기 특조위가 구성돼 한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은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후 미수습자 5명에 대한 합동 추모식은 지난 18일 목포신항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 국민의당 박지원, 천정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 윤소하 의원, 시민 200여명 등이 참석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추모식 후 각각 경기 안산 제일장례식장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치렀다.

시민들은 미수습자들의 빈소를 찾아 이들의 가는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조문객들은 저마다 고인들을 떠올리며 추모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들 5명의 빈소에 대통령 명의로 된 조화를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조문의 발길이 이어졌다. 여야는 합동 추모식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6일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선체 앞에서 미수습자 5명(단원고 남현철·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가)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항만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제 진실규명만 남았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진실규명밖에 없다.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요구를 하나로 모은 것.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은 지난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후 기한 330일을 채워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월호 참사 관련한 특조위를 구성하고 최대 3년간 조사를 할 수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기 세월호 특조위가 제대로 출범해서 진실 규명을 할 수 있게 여야를 떠나서 한목소리로 사회적 참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박주민 의원과 법사위에서 꼭 통과시키자고 합의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이제 진실을 역사 앞에 내놓아야 한다. 제대로 된 2기 특조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월호 진상조사가 마무리됐고, 관련자들도 처벌됐다. 당사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구속 수감돼 재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침몰 원인 등 풀리지 않은 관련 의혹들은 아직도 상당하다.

결국 2기 특조위가 구성돼 진실을 명명백백 밝히는 것만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마지막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길이다.

4·16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에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기 특조위 구성돼 성역 없는 진상규명 시작해야”

시민단체 역시 진실규명을 목소리를 높이면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 소속 500여명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회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에 앞서 “4.16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불법 강제해산된 지 1년이 지났다”며 “하루빨리 강력한 특조위가 다시 만들어져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목포에서 추모제를 마치고 올라오는 미수습자 5명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고 외쳤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행진을 시작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라’ ‘생명존중 첫걸음 특별법을 입법하라’ ‘국회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 입법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특히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은 적폐청산의 시작”이라며 “자유한국당은 방해하지 말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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