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서 선임 안건 모두 가결..리딩뱅크 굳히기·노사갈등 해결 등 과제 산적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선임이 확정되면서 KB금융이 ‘윤종규-허인’ 체제를 구축했다.

KB사태 이후 불안했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면서 KB금융은 세대교체 등 혁신과 함께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리딩뱅크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가 2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여의도본점에서 열린 2017년 임시주주총회를 마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KB금융은 이날 임시주총에서 윤 회장의 재선임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선임을 의결했다.<사진=뉴시스>

◆KB금융, 윤종규號 2기 출범..리딩뱅크 굳히기·노사갈등 해결 이슈 산적

KB금융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허 행장 내정자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이날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윤 회장과 허 내정자는 회장과 행장직에 최종 선임된다.

윤 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사전의결권 주식수(76.62%) 가운데 98.8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윤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허 내정자는 사전의결권 주식수(76.22%) 중 99.85% 찬성으로 승인됐다. 허 내정자는 오는 21일 임기를 시작한다. 행장 임기는 2년, 이사 임기는 2년4개월이다.

허 내정자는 지난달 11일 KB금융 지배구조위원회와 국민은행 이사회를 거쳐 은행장으로 내정된 바 있다.

당시 허 내정자는 “윤종규 회장의 철학을 따라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2기 경영을 시작하면서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을 이끌 허 내정자는 지난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 때부터 은행의 전산통합과 기업금융 등 핵심 전략을 짜면서 은행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 고(故) 김정태 행장에 의해 영입된 윤 회장과도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리딩뱅크 왕좌에 오른 국민은행을 물려받은 허인 내정자가 리딩뱅크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으로 2조75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6898억원)보다 63.2% 급증한 수치다. 

신한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06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627억원)보다 25.1% 증가했다.

누적 실적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친 것은 지난 2012년 은행권에서 IFRS 회계기준을 도입한 이후 처음. KB금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신한금융을 제치면서 누적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신한금융을 누르게 됐다.

특히 허 내정자는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영업전략 변화를 통한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과 허 행장의 역할분담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분리를 결정한 만큼 권한과 책임, 협의구조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최고경영자의 권한은 회사의 내규로 정해진다. KB금융의 경우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겸직분리를 정했기 때문에 이 위원회에서 권한을 규정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관계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윤 회장의 노동조합 설문조사 개입 의혹, LIG손해보험 인수 관련 배임 의혹 등 사정당국의 수사가 노사갈등에서 불거진 만큼 윤종규-허인 체제가 노조와 어떤 방식으로 타협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여의도본점에서 열린 2017년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주총서 ‘노조 제안’ 모두 부결..회장 경영권 제한 시도 실패

한편, 이날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KB금융 이사회 진입은 무산됐다. 또 대표이사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은 주주제안 당사자가 현장에서 철회하면서 부결 처리됐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진 견제·감시’를 이유로 시민단체 출신의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평가보상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감사위원회 등 6개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내용을 주주제안을 통해 주총 안건에 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주제안 안건은 일찌감치 부결 가능성이 우세한 것으로 관측됐다.

KB금융 지분 68%를 보유 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반대’를 권고했기 때문.

ISS는 하 변호사에 대해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지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관 변경에 대해서는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역할을 줄이는 것은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하승수 사외이사(신규) 선임 안건은 참석 주주 절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안건은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 대비 13.73%, 출석 주식수 대비 17.73%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9.79%)이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표 대결에서 밀려 결국 회장의 경영권을 제한하려던 노조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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