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3억 뇌물 의혹..‘제3자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
17시간 고강도 조사 후 귀가..檢, 이번주 중 구속영장 청구 방침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전 전 수석을 상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다.

검찰이 파악한 혐의 액수가 3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한국 e스포츠협회 비리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 전 수석은 21일 오전 3시35분께 검찰 조사를 마쳤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청와대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한 뒤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전 전 수석은 전날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전 전 수석은 금품수수 관여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

검찰 조사에서 전 전 수석은 “불법행위에 관여한 바 없다”며 관련 혐의에 대한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7월 사업 재승인을 앞두고 있던 롯데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제3자 뇌물수수) 협회 자금 1억1000만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당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검찰은 전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의 사업 재승인 과정에 협조했고, 3억원이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전직 비서관이었던 윤모씨가 후원금을 받아낸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윤씨가 협회에 특별한 직책이 없었음에도 불구, 전 전 수석이 당시 미방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윤씨가 후원금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미 윤씨 등 전 전 수석의 측근 3명을 구속한 상태다. 이들 중 윤씨에게만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e스포츠협회가 전 전 수석 비서와 인턴 등에게 월급을 지급하게 된 과정, 롯데가 발행한 상품권을 전 전 수석 가족이 사용한 정황 등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전 전 수석을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지난 5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돼 협회 회장직을 내려놓고서도 협회 사무국장 조모씨로부터 협회 현황을 보고받는 등 협회 경영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가 전 전 수석의 개입 정황에 대해 진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롯데홈쇼핑 측은 후원금을 낸 시기가 2015년 4월 재승인 심사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했다. 후원금의 대가성을 인정할 경우 뇌물공여자로 처벌되기 때문에 조사에는 적극 협조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전 전 수석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그간 수집한 증거 자료와 전 전 수석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한 뒤 빠르면 이번주 중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롯데홈쇼핑에서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전 전 수석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수석의 사표는 검찰 출석 전날인 지난 19일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주 중 인선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후임자를 지명할 계획이다.

전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님을 보좌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돼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지금까지 사회에 만연했던 게임산업에 대한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육성하는 데 사심없는 노력을 해왔을 뿐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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