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윤종규 회장 2기 체제 출범에도 우려는 여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KB금융그룹과 역대 정부와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스스로 사임을 표명했고, 검찰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매각 개입 의혹과 관련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다.

황 회장과 최 의원.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 인물 사이에는 ‘KB금융’과 ‘역대 정권’이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KB금융지주 초대 회장인 황 회장은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고 있고, LIG손해보험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이 비싼값에 인수하도록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KB금융 회장 자리는 역대 정권에서 전리품처럼 여겨져 낙하산 인사의 단골 자리였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2기 체제로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뒤따랐던 ‘낙하산 인사의 놀이터’라는 꼬리표가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정권 하수인이라는 오명은 완전히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KB금융 초대 회장’ 황영기, ‘이명박-박근혜’ 인사 꼬리표

황 회장의 금투협회장 임기 만료는 내년 2월로 그동안 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을 유력시 여겼다.

하지만 황 회장은 지난 4일 송년 간담회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좋다는 의견도 제법 많다”며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 회장은 “무엇보다 연임 도전은 스스로 하고 싶어야 한다. 또 가족 등의 의견과 시대적 요구 등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가족이 나이를 생각해 일을 줄이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 정권 분위기는 내가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많이 다르다. 현재 시대적 요구와는 내가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현 정부에서 나는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는 존재”라고 입장을 전했다.

황 회장은 증권과 은행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다. 그는 지난 1975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한 삼성 출신으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KB금융 회장을 맡았다.

금융권에서 승승장구 하던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일각에서는 금융권 물갈이 타깃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권의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해왔으며,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KB금융 회장과 금투협회장을 지냈다.

정권 바뀔 때마나 ‘낙하산’ 논란..윤종규號 2기도 그림자 여전?

KB금융의 회장 선임 문제는 역대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한 황 회장의 과거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황 회장은 2008년 7월 KB금융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이명박 정부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09년 9월 황 회장은 약 1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04년부터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이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기 때문.

초대 회장부터 시작된 KB금융의 낙하산 인사 계보는 2대 어윤대 회장과 3대 임영록 회장까지 이어졌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다. 지난 2010년 KB금융 회장에 취임한 어 전 회장은 임기는 채웠지만 ING생명 인수 실패 여파로 연임에는 실패했다. 사외이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박동규 전 부사장과 함께 KB금융 내부 정보를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 ISS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지난 2013년 7월 취임한 임 전 회장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 중징계와 검찰 고발로 이어지는 ‘KB 내분 사태’가 촉발됐고, 임 전 회장은 임기 1년 10여개월여 남기고 그룹 역사상 최초로 해임 됐다.

임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으로 평가받았고, ‘KB 사태’ 역시 낙하산 인사의 후유증이었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일 윤 회장은 연임을 확정했다. 그동안 KB금융 노동조합은 설문조사 결과 조작과 셀프 연임 문제 등을 지적하며 윤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거센 반발에도 윤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정권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어느 정도는 해소 시킨 분위기. 그러나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새 정부가 강조하고 나선 일거리 창출 등 사안에 윤 회장이 ‘지역인재 쿼터제 운영 강화’ 등으로 즉각 반응하면서 일각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줄서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허인 신임 KB국민은행장은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PK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금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대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최경환 의원, LIG손보 매각 개입 의혹..KB금융에 불똥 튈까

한편, 최 의원은 지난 6일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이 국정원 예산 증대를 청탁하기 위해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품 전달이 이 전 원장의 사위인 구본욱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대주주였던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매각 과정에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인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감시센터는 지난달 27일 최 의원과 이 전 원장 등을 뇌물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당시 감시센터는 최 의원이 받은 1억원에 대해 “이 전 원장이 2008년 7월부터 주일 대사가 되기 전까지 LIG손보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며 “이 전 원장의 사위이자 LIG그룹 대주주인 구본욱과 구본상 등이 LIG손보 매각 과정에서 위기에 봉착하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위력을 이용하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 전 원장이 아무리 국정원장이지만, 대한민국 전체 예산을 재단하는 경제 정치적 수장인 최 부총리에게 자연스럽게 뇌물을 주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이 전 원장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특활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최 부총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특활비를) 받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일각에서는 결과에 따라 불똥이 KB금융으로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KB금융지주 홍보실 관계자는 “역대 회장 인사는 정당한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졌다”면서 “낙하산 인사 등 정치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LIG손보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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