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잔혹사: “냄새난다” 어둠에 내몰리는 노동자들..도로·매립장 안전지대 없다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익숙함은 때론 독이 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그리고 어떤 행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것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당연한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 결국 익숙한 것의 부재를 알게 됐을 때 비로소 그것의 진정한 그 가치를 느끼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 보름 만에 2건..잇단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전날 밤까지 쓰레기로 넘쳐났던 거리가 다음날 아침이면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모습을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매일매일 깨끗한 거리를 맞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있기 때문.

비가오나 눈이오나 환경미화원들은 모두가 잠든, 아직은 어두컴컴한 새벽 시간때 도심 곳곳을 누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환경미화원이 이 같은 노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깨끗한 거리를 거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고마움을 잊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광주에서는 근무하던 환경미화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2시20분께 광주광역시 남구 양과동 위생매립장에서 쓰레기수거차 환경미화원 A씨가 청소차 적재함 압축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머리 등이 크게 다쳤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날 사고는 매립장에서 청소차량 운전자가 A씨의 작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기계를 작동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배출 작업이 끝날 무렵, A씨는 차량에 끼어있는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해 차량 후미에서 작업을 했다. 운전자를 포함해 3인 1조로 근무 중이던 상황에서 동료는 A씨의 반대편 적재함에서 작업 중이었고, A씨의 잔량작업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동료는 작업이 다 끝난 것으로 보고 후미 덮개 역할을 하는 ‘파카’를 내렸고, A씨는 여기에 머리를 부딪힌 것.

앞서 광주에서는 이보다 2주 전에도 환경미화원이 변을 당했다. 같은달 16일 오전 6시40분께 남구 노대동에서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B씨는 청소차 후미 발판에 올라탄 채 수거 작업을 하다가 후진하는 청소차량에 부딪혀 도로 위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일을 서두르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환경미화원들이 동료 간 작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사망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안전보다 시간에 쫓기는 노동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최근 2년간 환경미화원 사망재해는 총 27건에 달했다. 이 중 신체사고 재해는 766건이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환경미화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공개입찰 과정에서 단가가 저렴한 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대다수. 그럴수록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고충은 배가 된다.

노후화되고 저렴한 장비에 과도한 업무량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안전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왜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까지 하면서 늦은 밤부터 새벽시간까지 작업을 해야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당연함’이 불러온 이기심 중 하나. ‘더럽다’ ‘냄새 난다’ 등 이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환경미화원들을 늦은 밤과 새벽 시간으로 내몰고 있다.

국회에서도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된 환경미화원의 근무 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일 “지난 국감에서 환경미화원의 안전사고를 지적하고 ‘환경미화원 안전법’을 준비하던 중 연이은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종착지 없는 죽음의 행렬, 환경미화원 업무상 재해, 이제는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생활쓰레기 처리업무 및 관련 행정처리’ 권한을 지자체로 모두 위임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의 계약단가에 따라 안전장비도 천차만별이고 관리감독도 부실한 상황이라고 하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최저가 낙찰제 ▲과도한 생활쓰레기 처리량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장비지급 ▲업무재해 관련 실손의료보험 미가입 등 불완전한 계약 관행이 만연하다는 설명이다.

하 의원은 “결국 모든 지자체가 준수해야 하는 통일된 안전기준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염, 열상, 삐임 등 매년 공식 확인된 환경미화원의 작업 중 안전사고는 300건을 상회한다”며 “환경미화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관련사항을 법률로 상향 명시한 ‘환경미화원 안전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용량 종량제 봉투 등 무거운 생활쓰레기 처리 및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환경부에 ‘생활계 유기폐기물 관리지침’의 개선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새벽노동 폐지 목소리 ↑..“노고와 가치 존중하자”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경미화원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아 과거부터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광주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들로 인해 새벽노동 폐지와 직영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처우 개선에만 집중하면 사고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작업시간에 쫓기는 노동자들을 위해 매립장 마감 시간을 연장시키는 방안이나 제대로 된 안전대책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환경미화원들이 도심의 쓰레기들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시민들이 깨끗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환경미화원들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들 노고와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더 많은 참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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