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셀프 연임’ 지주회장에 잇단 경고..회사 측 “문제 없을 것”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을 문제삼으며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댄 가운데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좌불안석인 모습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미 지난달 연임에 성공했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3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임기 시작 전부터 연임 찬반 설문조사 조작 의혹 등 문제로 노사 갈등이 극심한 상황. 김 회장의 경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설수에 오르면서 노조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신한금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과거 경영권을 놓고 임원들 간 갈등이 촉발된 이른바 ‘신한사태’를 겪었고, 이미 물러난 전임 회장들이 ‘막후경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금융그룹 감독혁신단’ 출범..셀프연임 제동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 국제금융감독기구 협의회가 권고한 ‘금융그룹 감독원칙’ 주요내용의 국내 도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감독 혁신단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관련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감독제도팀’과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맡은 ‘지배구조팀’으로 구성돼 3년간 운영된다.

본격적으로 모범규준안을 마련한 후 감독대상 금융그룹이 확정되면 대상그룹을 내년 초쯤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잇따라 던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위 출입기자 송년 세미나에서 “지주회사 회장들이 재벌 총수처럼 돼 간다는 비판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에도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관행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CEO가 본인 연임에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한다.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단 지적이 나오는 건 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다 보니 너무 현직이 자기가 계속 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능력 있는 사람이 선임되고 그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이 우리(정부) 생각이다”며 “정부는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개선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금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금융지주는 회장 연임 등 지배구조 감독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기업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신한금융 라응찬 전 회장, 한동운 전 회장, 조용병 회장

◆라응찬-한동우 ‘막후경영’..금융당국 칼날 피할까

그러나 신한금융만큼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 없다”며 유난히 태평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용병 신한그룹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하면서 연임 이슈에서 벗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역대 회장들의 지배 구조를 보면 금융당국의 칼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응찬 신한금융 전 회장은 1991년 신한은행장으로 시작해 신한사태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약 20년간 신한을 이끌어왔다.

라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조 회장의 취임과 함께 고문으로 물러났다. 한 전 회장은 2011년 2월부터 6년간 지주 회장을 지냈다.

한 전 회장은 임기 동안 내분을 일으켰던 ‘신한사태’를 극복하고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고문직도 맡게 됐다.

고문은 표면적으로 그룹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조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조타수’ 역할에 가깝다.

특히 한 전 회장은 일명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라응찬 라인은 2010년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고소·고발전을 벌인 ‘신한사태’ 때 라 전 회장을 지지한 세력을 말한다.

때문에 당시 세력이 현재까지도 신한금융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상왕(上王)과 왕(王) 회장’의 그늘 아래 수십 년간 안정적인 지배구조라고 인정받아 왔다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 측 “신한사태 이후 프로세스 개정..무리 없을 것”

이와 관련, 신한금융 홍보실 관계자는 “2010년 신한사태 이후 승계프로세스를 개정했고 현재까지 모범적인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면서 “(금융위의 금융그룹 지배구조 점검에서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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