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SK뷰 공사현장 화재로 15명 사상..용단작업 안전불감증 도마
실적 부진·입찰비리 의혹에도 장기집권..기업 경영 리더십 의문부호

[공공뉴스=황민우 기자]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 부회장은 이달 초 유임에 성공했다. SK건설이 올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입찰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등 연이은 악재를 만났지만, 조 부회장은 자리를 지켜낸 것.

하지만 최근 SK건설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조 부회장의 리더십이 실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광교 SK뷰 레이크타워 화재, 1명 사망..‘안전관리’ 소홀했나

연말연시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공사현장에서도 불이 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46분께 수원 광교신도시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신축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이모(29)씨가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 SK건설은 조 부회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부회장은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과 부상자 및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SK건설은 시공사로서 책임을 지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데도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또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근로자 3명이 산소 절단기를 이용해 철골 가설 구조물을 제거하는 용단 작업 중 발생했다.

근로자들이 산소절단기로 철제 H빔을 자르던 중 3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스티로폼 단열재로 불똥이 튀었고, 큰 화재로 번졌다.

경찰은 관계자들이 용단작업 과정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용접·절단 지침에서는 작업 전 화기작업허가서를 작성하고 작업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가 상시 근무하도록 돼 있다.

또한 작업이 진행될 때 튀는 불티를 받을 포, 제3종 분말소화기 2개, 물통, 모래를 담은 양동이를 배치하고, 가연성 소재를 제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용접·용단 작업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SK건설은 수원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수원소방서는 해당 공사 현장에도 작업 신고제를 알리고 이용을 지속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공사인 SK건설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대형 화재는 물론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때문에 SK건설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관리 감독을 탓하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적부진에 미군기지 입찰비리까지 ‘총체적 난국’

지난 2012년부터 SK건설을 이끌어온 조 부회장의 경영 관리 부실 문제는 앞서도 몇차례 불거진 바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들이 작년보다 나은 수주 실적을 보였지만 SK건설은 부진했고, 최근 주한미군기지 공사 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지난 15일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SK건설 전무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이 전무는 회삿돈을 빼돌려 평택 미군기지 조성 공사 발주업무 관계자에게 300만 달러(약 32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군 관계자에게 뒷돈을 건네는 데 관여한 하도급업체 이모 대표도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SK건설은 지난 2008년 미 육군이 발주한 평택시 미군기지 부지조성과 공용 기반시설 건설공사를 4600억원에 수주했다.

하지만 뒷돈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법당국이 관련 조사를 진행해왔고, 검찰은 지난 1일 SK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한 SK건설은 지난 3분기까지 영업이익 13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3% 감소한 수치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 모두 지난해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4조5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5% 감소했다.

◆의문 부호 달리는 조기행 부회장의 리더십

때문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부회장의 연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조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이른바 ‘최태원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하지만 잇단 악재로 조 부회장의 장기집권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는 시각이 재계 전반에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 SK건설은 지난 7일 조 부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성과’에 방점을 둔 SK그룹의 인사 원칙에 반하는 처사라는 지적의 제기됐다.

특히 유임 결정 18일만에 SK건설 공사현장에서 ‘인재’로 추정되는 불까지 나면서 기업 전반 경영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비판과 함께 조 부회장의 무너진 리더십이 결국 큰 화를 낳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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