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김승남 기자] 2017년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했다. 규모 5.4의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기도 하고, 10대 청소년부터 30대 성인까지 잔혹한 폭력 가해자 혹은 살인마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특히 올 한해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포비아’다. 먹거리부터 생리대 안전까지 불신과 불안으로 얼룩진 사회가 됐다.

#공포의 도가니..포항 규모 5.4 강진

지난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이날 지진은 포항 지역 주민들에게 어마무시한 피해를 남겼다. 건물 외벽이 부서져 내리고 도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또 한 아파트는 지진 여파로 기울어지면서 ‘피사의 아파트’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아파트는 결국 철거 대상이 됐다. 규모는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크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가 공식 집계한 포항 지진의 피해액은 550억원가량. 경주 지진 때 피해액(110억원)의 다섯 배 규모다.

#하루 전날 수능 최초 연기

지진 여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까지 이어졌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수능 시험일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 올해 수능은 당초 11월16일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지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수능 하루 전날 발생하면서 포항 지역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부담감에 지진 공포까지 마주해야 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을 일주일 연기시켰고 예정됐던 대학 논술과 면접 등 일정도 모두 일주일씩 뒤로 미뤄졌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

#충격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8살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초등학생은 A양은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목에는 끈으로 졸린 흔적이 있었다. 시신 일부는 훼손된 상태였다. 범인은 다름아닌 이웃주민이었던 17살 여고생 김모양. 김양은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 그리고 또 다른 10대 여고생 박모(19)양이 공범으로 지목됐다. 두 사람은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가까워진 사이. 1심 법원은 미성년자인 김양에게 징역 20년, 박양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김양과 박양은 뉘우침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악어의 눈물’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회를 경악케 한 살인사건은 또 있었다. 30대 한 가장이 자신의 중학생 딸 친구 A(14)양을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추행한 뒤 살해한 사건이다. 범인은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이영학. 이영학은 과거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딸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이는 ‘악어의 눈물’에 불과했다. 기괴한 성 집착에 몰두한 이영학은 아내가 사망한 이후 성적 욕구를 풀지 못해 자신의 딸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까도까도 나오는 이영학의 몹쓸 행적들은 사회 전체를 충격으로 빠뜨렸다. 특히 이영학은 아픈 딸을 이용해 13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호화생활을 즐겨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기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정부 늑장대응 질책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촉발된 먹거리 포비아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은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의 농약 검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대처는 미흡했고, 결국 지난 8월 사태는 본격화됐다. 특히 무항생제 축산물 인정을 받은 친환경 농가로 선정된 곳들에서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됐고, 이 계란들은 전량 폐기됐다. 결국 계란 수급이 어려워지자 가정 식탁이나 식당가, 제과제빵업체들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한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국민들의 질책을 받았다.

#여성들을 공포로 물들이다..생리대 유해물질

생리대 유해성 논란도 여성 소비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판 중인 전 생리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9월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미 ‘케모포비아’에 사로잡힌 여성 소비자들은 생리컵과 면생리대 등으로 눈을 돌렸다.

#투자열풍의 현주소, 비트코인 열풍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고 그 안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한국은 비트코인 광풍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투자 열풍이 불었다. 가상화폐의 국내 하루 거래 대금은 1조원에서 최대 6조원에 달했다. 가상화폐 거래는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상당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지난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접속 장애 서버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 총 피해 인원은 2만명, 피해 금액만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인 유빗은 두 차례 해킹 피해로 국내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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