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운세: 소문난 점집들 ‘인산인해’→점(占)에 의존하는 사람들→개인의 신념 중요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서울 화곡동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지난해를 시작하면서 한 ‘점(占)집’에서 신년운세를 봤다. 평소 점을 믿지 않는 이씨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점을 봤다. 처음 하는 경험에 다소 긴장하기도 했지만, 좋은 점괘가 나오길 바라며 은근한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점쟁이는 ‘올해 전반적으로 총운이 좋지 않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 ‘몸을 조심해라’ 등 부정적인 말들만 쏟아냈다. 이씨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미신이라 생각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은 정말 이씨에게 ‘최악의 해’였다.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씨는 10년 넘게 자전거를 타면서 단 한 번도 사고가 난 적 없었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뇌진탕 등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또 스키장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다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를 다치면서 병원 치료도 받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점쟁이의 말을 떠올렸다. ‘뭘 해도 안 되는 한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고, 이씨는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이씨는 “2017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다쳤고 병원비도 많이 깨졌다. 인간관계에서도 갑자기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일도 안 됐다. 유난히 뭘 해도 안 되는 한 해였다”며 “점쟁이 말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일이 생길 때마다 ‘정말 올해는 아무것도 하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중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게 되고 한 해를 뭘 하면서 보냈는지 생각도 안 난다.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걱정만 가득한 해였다”고 토로했다. 만약 이씨가 신년운세를 보지 않았더라면, 그의 2017년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난 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몽탄면 하늘에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밝히는 첫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무안공항을 이륙한 코리아익스프레스 항공 KW301편에서 바라본 남도일출 <사진=뉴시스>

한국 사회에서 ‘점’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사업가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갖가지 문제들로 점집을 찾는다.

사람들은 점쟁이들의 조언을 듣고 위안을 삼고 있다. 점쟁이의 말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그 문제는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된지 오래다.

#새해 맞아 소문난 점집 인산인해..2~3배 훌쩍 뛴 ‘복비’

새해를 맞아 한해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조언을 듣고자 점집을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유명하다고 소문난 점집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예약이 모두 끝났지만, ‘복비’를 2~3배 더 얹어 주고서라도 사주팔자, 토정비결 등 신년운세를 보고자 하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점집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중년여성들이 점집을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20·30대가 크게 늘면서 과거 다소 음침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에서 점을 보던 것과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초부터 많은 이들을 점집으로 이끌고 있다.

최근 <공공뉴스>가 만난 한 20대 후반 여성 김모씨는 결혼 1년여 만에 결국 이혼을 했다. 결혼 전 궁합을 봤지만, 서로 결혼하게 되면 집안에 우환이 든다는 점쟁이의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이 여성은 말했다.

김씨는 전 남편 박모씨와 결혼을 앞두고 점쟁이를 찾았다.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은 궁합과 결혼날짜를 잡기 위해 점쟁이를 찾은 것.

하지만 점쟁이의 점괘는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혼할 경우 한 사람이 계속 다치는 등 집안에 안 좋은 일이 계속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김씨는 “당시 점괘 결과를 보고 전 남편과 나 모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재미로 본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양가 부모는 결혼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결혼했고 신혼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몇 달 후부터 김씨는 이유 없이 아프기 시작했고, 심지어 가벼운 접촉 사고였지만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양가 어른들은 점쟁이 말을 무시하고 결혼해서 생긴 일이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여 결혼 생활 동안 김씨가 아프면서 두 사람은 2세에 대해 준비할 겨를도 없었고, 부부는 결국 이혼하게 됐다.

김씨는 “점이라는 것을 그동안 미신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혼한 후 정말 신기하게도 잔병치레가 적어졌다”며 “결혼 후 갑자기 아팠을 수도 있지만 사고도 겪다보니 무서워졌다. 결혼생활을 얼마 못하고 이혼한 것은 슬프지만, 어른들의 말씀을 들은 것이 조금은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 1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앞에서 4·16가족협의회 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다짐 새해맞이 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가짜 무속인’ 판치는 세상..“거울삼아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

하지만 문제는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때문에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이른바 ‘가짜 무속인’들의 사기도 판을 치고 있는 세상.

특히 지난해 5월 세월호 사고로 남편을 잃은 유가족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가족도 다칠 수 있다며 위협해 억대 굿 비용을 받아 챙긴 무속인이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무속인 A씨는 2015년 5월 세월호 당시 사고로 남편을 잃은 B씨에게 “신기(神氣)가 있어 남편이 사망했다. 신 내림을 안 받으면 남동생도 위험하다”며 내림굿을 받도록 하고 1억을 챙겼다. 또 산 기도와 법당 물품 비용 등으로 B씨로부터 2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더욱이 A씨는 피해자에게 남편에 대한 사망 보상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알고 과도한 굿 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돼 더욱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신(神)’을 앞세워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가짜 무속인들의 사기 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림굿을 받고 정성과 노력을 한평생 바치는 무속인들마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무속인 윤 선생은 “내림굿을 받고도 정신적 단련이 부족할 경우 사실상 신에게서 확실한 해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무속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겸혀히 받아들이고 상상 그 이상의 정성과 노력을 담아 날이면 날마다 수양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무속인을 사칭해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잘못된 사람들 때문에 묵묵히 수양을 쌓고 자신의 위치에서 덕을 베푸는 무속인들마저 자칫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선생은 “점을 보며 혹 좋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에는 반드시 참조하고 매사 조심하는 습관을, 반대로 좋은 말을 들었을 때에는 자만하지 않고 ‘(좋은 일을 위해) 내가 더 노력을 해야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5월30일 서울 마포구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열린 '제27회 마포나루 굿 재현행사'. '마포나루 굿'은 전통 민속 문화행사로 옛 마포 사람들이 마포항을 드나들던 선박들의 무사 항해와 마포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던 행사로 매년 5월 단오 이전에 진행됐다. <기사와는 무관/ 사진=뉴시스>

#불안한 심리상황→호기심 넘어 맹목적 의지의 대상으로

물론 이런 상황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점괘가 완벽한 미신이라고 볼 수도 없다. 사람들은 재미로 혹은 호기심에 점을 봐왔고 점쟁이의 점괘를 믿고 말고는 본인의 문제다.

이와 관련, 심리 전문가들은 “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강할수록 점괘나 사주팔자, 운세 등을 믿는 경향이 높다”면서 “청년층은 불안정한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부적, 합격부적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장년층 역시 가족의 건강, 자녀 문제 등으로 점집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점괘가 맞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면서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단순한 재미나 안도를 위해 점을 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미래를 바꾸고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개개인의 신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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