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광풍 : 한탕주의 기승에 규제 나선 정부 → 과한 욕심이 결국 화 부른다

#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지난 연말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 자리에서 한 대학동기가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는 흔히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다. A씨는 몇 년 전부터 주식을 시작했지만, 소액으로 투자를 해왔고 이렇다 할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렇다 보니 대학동기의 어마무시한 수익 소식에 A씨는 샘이 날 수밖에 없었다고. A씨는 “요즘 가상화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지인들이 많다. 솔직히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봤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 ‘나도 가상화폐에 조금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라며 “유혹적이긴 하지만 가상화폐 사기를 당하고 해킹으로 돈을 잃었다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면 선뜻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비트 심볼 <사진=뉴시스>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사람들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연 ‘돈’이 필요하다. 많은 돈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수저계급론’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 때문에 이른바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은 많아졌고, 이제는 그 한탕주의가 가상화폐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 가상화폐 광풍에 거세지는 정부 압박

전 세계에는 지금 가상화폐 광풍이 쉴 새 없이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여기저기서 가상화폐 투자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고, TV에서는 단돈 몇 만원으로 수백억을 벌었다는 한 20대 청년의 사연도 소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가상화폐 대란 속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 방침을 철회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정부가 특별대책을 통해 발표한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도입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특별대책을 통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가사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거래 실명제’ 시스템 구축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정했다.

이에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황. 하지만 신한은행은 결국 실명 확인 시스템 도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은행 내부적으로 자금세탁방지의무 가이드라인 등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오는 15일부터는 유지 중이던 가상계좌로의 입금도 금지한다. 기존 가상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은 허용되지만 입금이 중단되면서 가상계좌 거래는 사라지게 되는 셈.

가상화폐 거래 차단 움직임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초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부담을 느낀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에 가상화폐 거래소 등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중 은행과 거래하는 가상화폐거래소는 계좌가 막히면서 법인계좌 밑에 다수 개인의 거래를 담는 일명 ‘벌집계좌’로 선회하거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적용된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들로 옮겨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화폐를 ‘고위험 거래’로 규정한 상황. 이에 따라 의심거래에 대해서는 40개 이상의 항목을 점검받아야 하고 이를 어긴 거래에 대해서는 담당 임직원 해임까지 가능하다.

FIU는 지난 8일부터 국내 6개 은행에 대해 가상화폐 계좌 특별검사에 나섰다. 이 특별검사는 당초 지난 11일까지였지만, 오는 16일까지로 연기했다.

또한 경찰과 국세청 등 사정당국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

정부의 이 같은 강력한 규제는 가상화폐 광풍으로 인한 투기과열을 잠재우고 각종 악용 범죄를 막고자 하는 취지다.

서울 노원구 한 복권판매점을 찾은 시민들이 로또 등 복권을 구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인생은 ‘한방’..한탕주의에 빠진 대한민국

실제로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면서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범죄 수익금을 빼돌리고, 다단계처럼 투자자를 모으는 사기 범죄 등 가상화폐를 악용한 신종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큰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중독된 사람들도 상당하다.

문제는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 가상화폐는 공식 화폐가 아닌 데다 별도의 정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도 없어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적은 돈으로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어 그 피해는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

최근에는 ‘카톡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른바 ‘찌라시’ 성격의 미확인 정보까지 돌면서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점도 문제다.

휴학생인 20대 남성 B씨는 “친구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친구들 중 한 명이 가상화폐 호재성 정보를 올렸다”며 “주변에서 가상화폐로 돈을 많이 모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 정보를 가지고 3~4명의 친구들이 재미삼아 투자를 했는데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원금도 못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나 오를까 하는 마음에 며칠동안 거래소 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정말 폐인이 되는 기분이었다. 가상화폐 투자에 중독돼 계속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가상화폐 좀비’라고 하던데, 내가 딱 그 좀비가 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고 일어나니 돈이 수 십배로 불었다’ ‘원금의 50배 넘는 돈을 벌었다’ 등 가상화폐 투자 성공 사례들도 많다. 하지만 한 번에 일확천금을 번다 해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한 남성이 수십억에 달하는 로또에 당첨됐지만 돈을 다 탕진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처럼 ‘한방’을 꿈꾸다가 오히려 더 인생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돈’으로 흥한자 돈’으로 망한다는 말이 있듯, 가상화폐 신드롬은 어쩌면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설치된 가상화폐 전광판<사진=뉴시스>

# 과도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가상화폐 투자는 도박과 비슷하다. 운에 따라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고, 그만큼 쾌감도 준다”면서 “실제로 가상화폐 투자에 재미로 뛰어들었다가 나중에는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말했다.

이어 “더 위험한 것은 가상화폐 투자에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가 유행하면서 중독은 물론, 큰 돈을 벌게 되는 경우 다른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성공 경험담만을 보고 시작한 경우 오히려 더 큰 절망과 좌절감을 안게될 수도 있고, 실생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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