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주연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새해 재벌개혁 그 칼날이 하이트진로로 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총 10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 적극 개입한 총수 2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비롯해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을 고발키로 했다.

<자료=공정위>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7년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장기간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

당초 삼광글라스(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고, 이후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과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특히, 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는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치며 총수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했다.

하이트진로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08년4월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 인력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인력으로서 서영이앤티 본사 핵심업무(기획·재무·영업 등)를 수행했고, 이 사건 부당지원행위 등 하이트진로와의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실행했다.

같은 날,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공캔 1개당 2원)를 지급하는 거래구조로 전환하였고 이를 2012년말까지 지속했다.

<자료=공정위>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는 2007년 142억원에서 2008~2012년까지 연평균 855억원으로 매출 규모가 6배나 급증했고, 해당기간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56억2000만원을 제공받았다.

2013년부터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공캔 거래가 계열사간 거래이기 때문에 법위반 적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매출규모가 비슷하면서 외형상 비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2014년 1월월말까지 지속됐다.

이에 따라, 서영이앤티는 1년1개월간 59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기간 영업이익의 20.2%에 달하는 이익 8억5000만원을 제공받았다. 뿐만 아니라 삼광글라스에 공캔과는 무관한 글라스락캡(밀폐용기 뚜껑)을 구매할 때도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도 서영이앤티는 323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확보하고, 해당기간 당기순이익의 1309.9%에 달하는 이익(18억6000만원)을 제공받았다.

삼광글라스는 실적부진을 이유로 납품업체들에 대해 일괄 단가인하(6%)를 실시하면서도 서영이앤티에는 5.57%의 마진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하이트진로는 2014년2월에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100%)을 키미데이타㈜에 25억원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지원했다.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금액인 25억원은 하이트진로의 미래 수익 보장이 없었다면 책정되었을 정상가격인 14억원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부터 하이트진로의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서해인사이트 주식 고가매각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2017년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 및 총수2세 관여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용역대금 인상계획 결재란과 핵심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주력회사 하이트맥주 26.9% 보유)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지주회사 하이트홀딩스 57.2% 보유)하는 구조로 전환됐다.<자료=공정위>

공정위는 이처럼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 행위는 공정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총수2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3개 사에 시정명령과 하이트진로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 12억1800만원, 삼광글라스 15억6800만원 등 총 10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박 부사장을 비롯해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을 고발조치 했다. 아울러 하이트진로의 허위자료 제출 행위에 대해서는 법인과 해당 직원에게 각각 1억원과 1천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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