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유채리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발빠른 정부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14일에는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안을 확정·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편 방향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조 수석은 3대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방침을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 통제 등 세 가지로 설명했다.

개헌이나 권력기관 개혁안은 국회에서 처리를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개헌도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또 권력기관 개혁안 역시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개헌과 권력기관 개혁안을 잇달아 정부에서 발표를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는 정국 운영권을 더 이상 국회에 맡길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까닭이다.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지난해에는 정부가 협치를 위해 국회에 모든 것을 맡겼다. 때문에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개혁안 상당수는 정부의 ‘훈련’ 등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개혁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개혁안 발표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는 빈손 국회가 됐다. 정기국회에서 각종 개혁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빈손 국회라는 비난만 흘러나왔다.

따라서 정부도 더 이상 국회에서 개혁안 처리가 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정부 주도 하에 개혁안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정부 주도 개혁안을 발표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이는 올해 6월 지방선거와도 맞물려있다. 만약 국회가 6월 지방선거까지 개혁안에 대한 결실이 맺어지지 않는다면 정권심판론이 아니라 야당무능론이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되면 야당은 힘든 선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정부는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실제 국회가 처리해야 할 개혁안을 발빠르게 만들어 던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왼쪽 셋째)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청와대의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발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의원, 함진규 정책위의장, 김 원내대표/사진=뉴시스)

한편, 청와대가 내놓은 구조개혁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15일 “국회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지난 연말 그렇게 어렵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합의해 이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려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심복(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권력기관 개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연실색”이라며 “대의기관인 국회의 논의를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함몰돼 있는 청와대 참모진이 꼴불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참 재미있으신 분”이라며 “오늘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첫 회의를 시작하는 마당에 사법개혁이든 개헌이든 다 내 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이 태도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선 역공에 나섰지만 그러나 야당으로서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이 개혁안들을 거부하거나 거절할 경우에는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개혁안을 수용할 경우 결국 문재인 정부는 개혁안을 실현시키는 정부로 국민 지지만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고 보는 야당이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가 개혁안을 통해 이들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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