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비리 : 도덕의식 부재·잘못된 관행→성적조작 근절 위한 교육제도 개선 시급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자대학교 입시비리 사건 이후 이번에는 연예인 입시특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입시비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 연예인이 연루되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어디서든 스팩을 강조하는 요즘, 연예인이라고 배움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을 터.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것은 그 무엇이라도 완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정용화 자필편지 <사진=정용화 인스타그램>

# 씨엔블루 정용화, ‘경희대 입시비리’로 뭇매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의 경희대 대학원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16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경희대 교수 A씨와 아이돌 그룹 멤버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B씨의 신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경희대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하면서 누리꾼들은 B씨 찾기에 나섰다.

결국 주변인들의 증언 등 정황을 종합했을 때 B씨는 정용화로 특정됐다. 또 한 매체가 “현재 논란이 되는 ‘경희대 아이돌’은 정용화가 맞다”고 밝히면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용화는 지난 2016년 10월 경희대 일반대학 박사과정에 지원했지만 면접 시험장에 나오지 않아 0점 처리돼 결국 불합격했다. 하지만 이후 1월 추가모집에 또 지원했고 당시에도 면접에 나오지 않았지만 합격했다.

이에 정용화 소속사 FNC 측은 “소속사나 정용화는 학칙을 위반해 편법으로 입학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정상적인 면접 절차를 거쳐 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용화는 개별면접 역시 정상적인 면접절차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정용화는 소속사가 짜 준 일정에 따라 면접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용화 역시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정용화는 “진심으로 고개 숙여 죄송하다. 모든 게 제 잘못임을 알고 있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믿고 아껴주시는 팬분들께 부끄럽고 실망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은 여전했고, 정용화는 MC를 맡은 올리브TV ‘토크몬’에서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오바마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주최 입시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잘못된 생각과 관행이 내 미래를 망치고 있다

그동안 방송이나 영화촬영 등으로 바쁜 유명 연예인들이 서울권 유명 대학 일반학과에 입성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일반 수험생들은 서울 내 대학 입학을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지만 이들 대학 문턱을 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바쁜 연예계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은 어떻게 이 같은 경쟁률을 뚫고 유명 대학들을 들어갈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은 결국 ‘연예인 특혜’라는 결론을 낳았고, 수험생들의 반발도 상당했다.  

하지만 정용화 문제는 그간 논란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입학에 필수인 정식 면접도 치르지 않고, 해당 학과장이 독단적으로 합격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

일각에서 유명 연예인이 다니면 그 자체로도 홍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석·박사 과정 진학에 연예인을 유치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대학과 기획사는 공생관계나 다름없고, 편법을 통해 유명 연예인을 합격시키고 홍보 효과를 얻는 셈이다.

이번 특혜 입학 논란으로 인해 대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연예인들의 학점, 졸업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예인들은 바쁜 스케줄 탓에 수업에 대부분 참여하지 못하지만 좋은 성적을 받았고 졸업도 무난하다. 만약 일반 학생이었다면 학사경고나 재적까지도 가능한 일이다. 

특히 병역 의무가 있는 남자 연예인의 경우, 군 입대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대학 및 대학원 진학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정말 순수한 학업 목적으로 상급학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연예인 특혜 외에도 입시비리는 해마다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부터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최근 5년치(2013∼2017학년도) 전형 결과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서울시립대에 비장애인 학생 4명이 장애인등록증을 위조해 합격한 것이 발각됐기 때문. 

교육부는 이들이 위조한 장애인 등록증을 대학에 제출해 2013∼2014년 장애인 특별전형에 합격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부정입학생이 확인된 고려대와 서울시립대는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하기로 했다. 

결국 남보다 조금 더 편한 방법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유명세를 빌미로 좋은 성적 등을 받아온 것은 개인의 도덕적 의식 부재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잘못된 관행들이 오히려 인생을 망치고 있는 꼴이다. 

지난 2016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정유라 비리 척결과 성역없는 철저한 국정조사를 바라는 기자회견에서 이화여대 학생들이 '최순실-정유라' 비리 관련자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수험생 좌절하게 만드는 ‘반사회적 범죄’ 사라져야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입시비리는 분명한 범죄다.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다른 수험생들과 학부모를 좌절하게 하는 반사회적 범죄나 다름없다”면서 “과거 정유라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학생들이 절망했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선망 대상인 연예인들의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배가 되는 모습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모든 사람들이 양심대로 소신껏 행동하고 살아가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지연과 학연, 그리고 소위 말하는 ‘빽’ 앞에서 우리 사회는 많이 무너져 왔다”며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성적 조작이나 특정인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며, 입시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내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아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더 좋은, 더 높은 대학문을 밟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훌륭한 미래를 위해 애초 오점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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